정치경제

러 전문가 "북한, 남북 협력보다 미북 대화에 올인할 것"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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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1-21

미헤예프 아태연구센터장, VOA와 전화 인터뷰서 밝혀 "북한, 미국과 직접 대화 원해...트럼프 압박 통한 제재 완화" "김정은, 정치적-경제적-기술적 시간 버는 것" "경제적 목표는 실패"

북한이 남북간 협력보다 대미 압박과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에 더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진단이 나와 올해 남북 협력을 통해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러시아 국책연구기관인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부원장을 지낸 바실리 미헤예프 현 아태연구센터장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나왔다.

VOA에 따르면, 미헤예프 센터장은 '한국 정부의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비핵화 협상 추동 의지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북한의 차가운 반응은 새삼스럽거나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니다"며 "북한 당국의 협상 논리는 남북관계 촉진이 아니라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제재 해제"라고 밝혔다.

미헤예프 센터장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미·북 간 비핵화 중재 역할을 계속 원하지만, 북한의 대남 메시지는, 우리는 그게 필요 없다는 거"라며 "북한은 문 대통령이 대북 경제 지원과 원조 약속을 지키지 않다가 이제 (총선 등) 일부 국내 문제 때문에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들은 그런 게 필요 없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칙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의 관여정책은 장기적으로 옛 소련이나 동유럽 공산국가들처럼 북한의 변화를 궁극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목표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런 시도가 소용이 없을 수 있다. 북한은 탄핵과 대선 등 녹록하지 않은 국내 정치적 상황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압박하면서 직접 상대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략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한 점에 대해서 미헤예프 센터장은 "(과거 6자회담 기준) 미국, 러시아, 중국, 한국 등은 전술적으로 보면 북한의 핵 폐기를 원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가 정권의 안전을 지켜줄 유일한 최선의 수단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따라서 제재 해제와 현금 등 상대의 양보를 최대한 이끌어 내면서 많은 단계들을 만들어 협상하려고 하지만 완전한 핵무기 해체는 체제안전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위원장이 현 상황에서 추구하는 게 뭐냐'는 질문에 대해선 미헤예프 센터장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얻고자 하는것은 3가지 목표, 즉 '정치적 시간·경제적 시간·기술적 시간을 버는 것'임을 밝혔다.

그는 '정치적 시간 벌기'에 대해선 "2년 전에 김 위원장은 군사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런 언급을 하지 않고 대화를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시간 벌기'에 대해선 "한국으로부터 경제 지원과 원조를 받으려고 했다"며 "이것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기술적 시간 벌기'엔 "핵 물질과 미사일 관련 능력을 고도화하는 준비태세를 버는 시간"이라며 "첫째와 셋째는 성공했지만, 둘째 경제적 시간은 제재 유지로 한국의 지원마저 막히면서 실패했다. 따라서 제재 해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것은 한국 아닌 북·미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헤예프 센터장은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선 "제재는 상대가 시장경제체제일 때 작동한다. 민간인들을 겨냥할 때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같은 전체주의 정권은 외교나 현금 거래가 없기 때문에 작동하기 힘들고, 위반 행위도 포착하는 게 쉽지 않다. 제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북 제재가 효력이 없고 북한의 경제 상황이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언급한 뒤 "문제는 김정은과 그를 둘러싼 10%는 제재 등 어떤 상황에서도 경제적 고통을 그리 겪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러간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한반도 종단철도 건설 등 사업이 북한의 미온적 반응으로 진전이 없는 점'에 대해서 그는 "그 프로젝트를 거의 30년 가까이 얘기했는데, 결과가 아직 없다"며 "두 가지 문제, 북한에 대한 투자 안전 문제와 북한이 시장경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든 민간이든 투자에 너무 큰 위험이 따른다"며 "시장개혁이 개방과 이런 투자를 이끌지만, 북한의 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한-러 프로젝트가 실현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고 VO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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