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반도체 경기, 하반기에나 바닥…세수에도 악영향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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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5-10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업황 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의 주기를 감안할 때, 올해 3분기나 되어서야 반도체 경기가 최저점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경기가 부진하면 수출뿐만 아니라 소득 경로를 통해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세수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조세일보
◆…사진은 지난 3월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모습.(사진 연합뉴스)
KDI는 10일 발표한 '최근 반도체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부문의 위축으로 경기가 부진해짐에 따라, 향후 반도체 경기의 전개 양상과 거시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KD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금액)은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40.0%나 줄었다. 전체 수출금액 감소(-12.6%)의 기여도는 –7.9%포인트(P)였다. 올 1분기 들어 반도체의 수출가격 하락폭(-32.2%)도 커진 가운데 수출물량(-11.0%)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메모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반도체 경기 변동성에 더 취약하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2022년 현재, 한국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 비중은 63.8%, 글로벌 시장에서의 메모리 비중(30.5%)보다 2배 이상 높다. '한국의 메모리 부문 비중이 글로벌 시장과 동일하다'는 가정을 둔 KDI의 분석에선, 1분기 반도체 수출 감소폭은 실제(-40.9%)보다 9.5%P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확실성이 높으나, 반도체 산업의 경기순환과 밀접한 지표들로 가늠해볼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가람·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의 주기를 감안하면 올해 2분기~3분기 중 반도체 경기 저점에 근접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통상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의 교체 주기는 각각 4~5년, 2~3년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수요는 2015년·2019년에 저점을 형성, 모바일 기기 수요도 2020년 3분기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두 연구위원은 "근래 서버와 모바일 기기 교체 주기가 다소 길어졌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반도체 수출물량과 가격이 외생적으로 각각 10%, 20% 하락한다'고 가정을 둔 분석도 이루어졌다.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줄어들면 국내총생산은(GDP)은 0.78%, 반도체가격의 20% 하락은 GDP를 0.1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물량이 변하지 않고 반도체가격만 20% 하락한다면, 주로 국내총소득(GDI) 감소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으로 인해 GDP가 0.15% 감소할 것으로 봤다.

두 연구위원은 "반도체경기 부진은 수출뿐 아니라 소득 경로를 통해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으며, 올해와 내년 세수여건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스템반도체 비중의 확대는 경기 변동을 축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최근 심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파급을 축소하는데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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