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兆단위 세금 깎아주는데…"K-칩스법, 효과분석 없었다"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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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3-14

정의당 장혜영 의원 주최 토론회"삼성전자에 최대 2조2000억원, SK하이닉스에 5000억원 추가 세금감면…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려면 최소한 효과분석을 통한 (국민)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등)에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최대 15%(현 8%)까지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겠다는 이른바 'K-칩스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兆) 단위의 세금감면이 이루어지는데도, 투자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산업·통상 전문가들은 고용·투자 효과에는 물음표를 제기했고, 막대한 재정을 대기업에게만 몰아주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세일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리는 통합투자세액공제 확대안을 두고 산업·조세·통상전문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사진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지난 13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등의 주최로 열린 '반도체 산업, 세금감면이 정답?' 토론회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OECD 통계를 보면 이미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R&D(연구개발) 투자와 연구인력 확대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사회적 차원의 지출은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개발 조세지원 제도도 경쟁국과 비교했을 땐 "그렇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행 세액공제로도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보다도 훨씬 큰 혜택을 보고 있다"며 "거액의 추가 세금감면을 하게 됨이 확실한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최소한 효과분석을 통한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15%로 세액공제를 받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세금감면 규모는 각 2조2000억원, 5000억원에 이른다(2023년 8% 감면 기준 대비). 기존 세법만으로도 작년(6% 공제율) 대비 감면액은 3조원을 넘어선다(삼성 2조8000억원, 하이닉스 6000억원).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도 "조세정책의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정책은 합리적 분석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대기업에 대한 부당한 특혜"라고 꼬집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많은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세액공제 확대에 따른 투자유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재정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여건에서 재정전건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막대한 감세정책을 취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이상 국가대표 기업에 몰아주는 방식은 유효하지 않으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등 진짜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는 범용한 메모리반도체에 특화되어 있고 특수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반도체의 발전을 더디다"고 봤다. 또 "삼성전자는 국내 전략수요의 2.7%만을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하고 있는데 이미 RE100요구가 국제적으로 매우 거센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산업현황에 대한 대응으로 이른바 K-칩스법은 한계가 크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정말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RE100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급계획과 소부장 및 시스템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한 기술탈취 방지책"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 매각도 제안했다.

보조금이나 세졔해택의 확대가 아닌 통합적 통상제도의 비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은 WTO를 무시하고 무력화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이번 반도체지원법에서 보듯 보조금 전쟁 레이스를 촉발시켰다"며 국제질서의 변화를 짚었다. 송 변호사는 이어 "한국이 보조금 전쟁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WTO 정상화를 천명하고 이를 주도해야 하며, 기후변화와 여성의 경제참여 같은 인류보편의 대응과제에서 한국의 주도성을 높임과 동시에 미국에 대해 다자주의의 효용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토론회를 주최한 장혜영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는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특혜법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며 양당의 합의처리 입장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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