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브릭스 통화, 달러 지위 대체 못해도 위협은 될 것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 |
  • 작성일 2023-06-23
조세일보
◆…사진:위키미디어
 
논의가 진행 중인 소위 브릭스 공용 통화가 달러의 지위를 소멸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터프츠 대학 플레처 스쿨(The Fletcher School, Tufts University)의 지속가능 개발 및 글로벌 거버넌스 조교수인 미하엘라 포프는 브릭스의 새로운 통화 창설은 확립된 경제 질서에 대한 도전과 함께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요구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브릭스 통화가 달러의 지배에 도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서구의 전통적 지배에 도전하는 변화하는 지정학적 지형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8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소위 브릭스로 날려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의제 중에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브릭스 공용통화' 신설도 포함돼 있다.

이번 회의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서구가 지배하는 글로벌 질서에 도전하는 변화하는 지정학적 지형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10년 넘게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온 이들 국가의 행보를 재촉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과 최근 미국의 부채 위기는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달러 표시 부채의 디폴트로 인한 달러의 소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치의 폭락은 피할 수 없다는 우려와 함께 교훈을 남겼다.

물론 논의 중인 브릭스 공용통화가 출범하는 데는 많은 난관과 시련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통화 창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국제문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이들이 내세운 아이디어를 통해 정책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방법과 새로운 대안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거래의 88%가 달러로 이뤄지고, 세계 외환 보유고의 5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달러의 세계 지배력을 의심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할 수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켜본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 축소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 하고 있다.

그간 브릭스는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이니셔티브를 추구해 왔다. 지난 1년간 러시아, 중국, 브라질은 무역 거래에서 비달러화 사용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는 달러 대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달러 대신 금을 축적하려는 움직임을 적극화하고 있다. 특히 브릭스 국가들은 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달러가 지배하는 상황에 대해 매우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유야 어쨌든 서방은 러시아를 SWIFT에서 추방하는 동시에 해외에 위탁된 3,300억 달러의 자금도 동결했다.

오래전부터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한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브릭스 통화 창설의 오랜 지지자인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유로와 같은 통화를 역설하면서 브릭스 통화 창설 논의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중국 정부는 강달러를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하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국제금융 시장의 혼란과 타국 통화의 가치 하락을 초래한 원흉"이라며 다른 브릭스 국가들과 함께 지정학적 상황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왔다.

탈달러화와 브릭스 공용통화의 매력은 그러한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크게 대립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대부분 국가가 달러 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 지배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와 달리 전 백악관 경제학자는 브릭스 공용통화가 달러 지배를 끝낼 대안이 될 수 있다며 1999년 유럽 연합 11개 회원국이 채택한 유로와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브릭스 내의 경제력 차이와 복잡한 정치적 역학상 단일통화 합의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신규 통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브릭스가 환율 체계에 동의하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지불 시스템 구축, 정확한 규제와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금융시장을 확보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글로벌 통화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로 만들어진 통화에 대해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공동 통화관리에 대한 강력한 투명성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 관련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자국 통화를 폐지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유로 버전 브릭스 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첫 단계로 무역을 위한 효율적인 통합 결제시스템을 구축한 뒤 새로운 통화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010년 브릭스 은행 간 협력 체계가 구축된 사실로 알 수 있다.

브릭스 국가는 현재 통화를 달러로 전환하지 않고도 브릭스 간 결제가 가능한 '브릭스 페이'를 개발 중이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개발해 통화의 상호 운용성과 경제 통합을 촉진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어쨌든 기존 브릭스 외에도 수많은 국가가 이에 참여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현실화된다면 달러 가치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브릭스 신용평가회사 설립, 브릭스 해저케이블 매설과 같은 대규모 계획은 이미 무산되거나 실현이 요원한 상태이고 탈달러화 노력 역시 다자 및 양자 차원에서 모두 어려움에 처해있다.

지난 2014년 브릭스 국가들이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설립협정서에는 거래가 이뤄지는 현지국가 통화로 제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되었지만, 2023년 현재에도 달러 의존도는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의 사례도 있다. 러시아와 인도 간 거래에서 인도 석유와 석탄 수입업자들이 대금을 루피로 지불할 수 있는 현지통화 거래 시스템을 개발에 나섰지만, 러시아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이러한 문제와 난관으로 인한 좌절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 그룹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5개 국간 많은 이견과 2020~2021년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동 정책 개발에 성공했으며 협력 관계 심화, 신개발은행 공동투자 등 정책적 이슈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더불어 정부 관료, 기업, 학계, 싱크탱크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이들 국가 간에 걸쳐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반드시 브릭스 공용통화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금융 협력 모델을 개발할 가능성이 특히 크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