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

한은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 통화정책 신뢰 저해”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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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3-14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통화긴축 기조 충분히 장기간 지속…금융안정에도 유의”

“국내경제, 수출 회복세 바탕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 보일 것”

“부동산 PF 부실화, 취약차주 신용위험 등 잠재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국내 시장 가격변수, 주요국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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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세일보 DB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되면서 금년 말에는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증가 및 위험쏠림의 시그널을 제공할 리스크에 유념해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동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의하면 한은은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므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는 한편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은 한국은행법 제96조(국회보고 등)에 따라 매년 2회 이상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상황과 거시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2023년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부터 2024년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시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므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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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향후 통화신용정책 운영에 있어 주의깊게 살펴볼 주요 고려사항으로 ▲물가안정기 재진입 과정상의 주요 리스크 ▲성장세 개선 흐름 관련 대내외 여건 ▲부동산시장 관련 금융부문의 잠재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운영과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 등에 대해 점검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근원물가가 기조적으로 완만한 둔화흐름을 이어가는 등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기로 점차 재진입하는 모습이나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가의 부문간 파급 측면에서 일부 품목의 가격상승이 여타 품목으로 파급되는 정도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 일부 품목의 가격 조정이 전체 인플레이션 분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물가기대 측면에서 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일러 보인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로 수렴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도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향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되어 금년 말에는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증가 및 위험쏠림의 시그널을 제공할 리스크에 유념하여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동안 이어가되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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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국내경제가 내수 회복 모멘텀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의 수출 회복 흐름은 주로 IT 경기의 반등에 기인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함께 AI 탑재 하드웨어 및 관련 서비스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IT 수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비IT 수출도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금년에도 호조를 이어가는 등 자동차를 중심으로 개선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요 수출 상대국의 수요여건을 보면 미국은 소비를 기반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 경기 연착륙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며 유로지역도 향후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생산과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며 성장세 둔화 우려가 완화됐으나 부동산투자의 부진으로 경기 하방압력은 여전히 높은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세계교역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 이후 교역 회복 흐름이 글로벌 분절화, 중국 경제지표 약세 등으로 예상보다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세계교역은 주요국의 산업정책 추진, 그간 이연된 글로벌 투자 재개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나 산업정책의 경쟁적 도입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분절화 및 중국의 경제구조 성숙화 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 세계교역이 상품교역을 중심으로 구조적 하방요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내경제는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약화되고 투자부진이 이어지면서 내수와 수출 간 차별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수출 간 경기 격차가 생산부문에 반영되면서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서비스업 및 건설업 등 내수와 밀접한 산업의 경기는 둔화되고 있으며 제조업 내에서도 내수 출하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은 "향후 국내경제는 더딘 내수 회복으로 인한 대내 하방압력을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 IT수요 확대 등 양호한 대외여건이 완충하면서 수출 회복세를 바탕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동지역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경기 향방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 국내 부동산 PF 구조조정 영향 등 성장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주요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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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전국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주택매매가격은 12월 이후 하락으로 전환했으며 경제주체들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높은 수준의 아파트 매도물량 등이 향후 주택가격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신생아 특례대출, 신규주택 공급물량 감소 등의 상방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판단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은 부동산 PF 대출 및 이에 기반한 유동화증권의 부실화를 통해 관련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데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고 높아진 금리 수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부진은 가계의 채무상환부담 증대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년 중 금융여건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의 복원력이 양호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개별 부문의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많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부동산 PF 부실화, 취약차주의 신용위험 등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금융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주택시장 부진의 영향을 면밀히 살펴나가는 동시에 중장기적 시계에서 누적된 불안 요인을 경감해 나가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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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이 꾸준히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긴축의 장기화 또는 조기 전환(pivot) 등에 대한 기대변화가 있을 때마다 시장의 가격변수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의 지표기반(data-dependent) 정책 운영이 강조되면서 주요 통계 발표 직후 시장변수의 변동이 증폭돼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물가 서프라이즈(실제치-시장예상치)와 국채금리 변동간의 관계를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 금리의 소비자물가 지표에 대한 민감도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이나 개별 경제지표 발표에 시장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것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주요국의 정책금리 사이클이 동조화된 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년중 시장참가자들 대부분은 중앙은행 정책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전망은 대체로 주요 가격변수들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봤다. 앞으로 금리인하의 시기나 폭과 관련해 기존 예상과 다른 정보가 제공될 때마다 국내외 금리‧주가‧환율 등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향후 정책기조가 전환될 경우 각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정책금리 동조화는 약해질 수도 있겠으나 국내 시장의 가격변수는 여전히 주요국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과 관련한 주요 지표와 기대변화 등을 세밀히 살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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