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

홍콩 ELS '배상기준' 놓고 책임공방...증권가 "은행주, 주주환원 영향 적을 듯"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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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3-13

금감원, 11일 '분쟁조정기준안' 발표…판매사 배상비율 23~50% 홍콩 ELS 피해액만 6조원…당국의 '배상비율' 놓고 '책임공방' 치열 이복현 "투자자, 합당한 보상 받아야 하지만...자기책임 원칙 훼손되지 않아야" DLF 이후 미뤘던 고위험 상품 은행 판매 규제 및 제도개선안 마련키로 NH투자證 "ELS 손실은 일회성 비용...주주환원에 미칠 영향 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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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3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손실액이 6조원 가까이 불어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판매사의 배상비율은 23~50%로 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융사의 과실 여부, 개별 투자자의 특성을 따져 차등적으로 배상 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8일부터 두 달간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과 6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확인된 여러 가지 불완전판매 사례 등을 이번 배상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금융사는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준수 여부,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에 따른 불완전판매 위반 여부 등을 따져 각 사별로 기본배상비율 20∼40%를 적용하고, 내부통제 부실여부에 따라 은행은 10%포인트(p), 증권사는 5%p를 가중한다.

투자자별로는 연령 등을 고려, 금융취약계층인지, ELS 최초가입자인지 여부에 따라 최대 45%p를 가산하고, ELS 투자 경험이나 금융지식 수준에 따라 투자자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p 차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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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복현 금감원장은 관련해 "이번 분쟁조정기준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야권과 피해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금융당국의 인식과 태도 전환은 물론 새로운 배상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박성준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국의 분쟁조정기준(배상기준)에 대한 불만과 함께 새로운 배상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민병덕 의원은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을 향해 금융당국 책임자로서 사과와 반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와 불법적 영업 관행 감시 및 개선 조치 유무와 함께 향후 그렇게 할 자신과 능력이 지금 있는 지를 다그쳤다.

아울러 금감원이 발표한 ELS 분쟁조정기준은 판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책임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책임은 과하게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예전 DLF 분쟁조정 기준보다도 훨씬 후퇴했다"며 "한마디로 판매사 책임은 가볍게, 투자자 책임은 무겁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를 지켜보고 있는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와 판매사(금융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다 보니 무리한 투자와 판매 행위를 한 것이고, 금융당국도 손실위험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에 대한 감시·감독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의 일차적 책임은 투자자들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투자이익이든 손실이든 투자자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이익이 난 경우 투자자는 소위 '횡재'를 맞을 수 있지만 투자손실의 경우 온전히 자신의 몫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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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판매사(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라는 주장이다. 실적에 열을 올린 은행들이 ELS가 고위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통한 ELS 상품 가입 권유 ▲투자성향 분석표 작성 시 인위적 성향 오류 ▲ELS 가입 이후 재가입 서류 작성 및 상품 설명 미흡 등 은행의 신뢰도를 내세워 상품 가입을 강하게 권했다는 점을 들어서다.

당국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은행들은 ▲직원 성과 평가에서 ELS 판매실적 항목에 가산점을 부여 ▲손실 구간임에도 정상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평가 ▲내부규정까지 수정해 판매 한도를 늘리는 등 ELS 판매를 독려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4년 전 DLF 대규모 손실 사태 후 이듬해 고난도 투자 상품판매 규제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생겼지만 수수료 수입을 노린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통해 ELS를 약 19조원(추산)을 판매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DLF 사태 이후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금지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못해 결국 이번 ELS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의 '소비자 선택권' 주장에 굴복한 결과라는 비판인 셈이다.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DLF 사태 이후 실시하려다 은행들의 반발에 미뤄졌던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음에도 불완전판매와 같은 문제가 나온다"면서 "조사 후 원인에 맞는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전날(11일) 홍콩 H지수 ELS 배상 기준안을 발표한 가운데, 각 금융사별 ELS 손실 배상안이 확정되면 올해 비(非)경상손실 요인 발생과 자본비율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일회성 요인인 만큼 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LS, 일회성 요인...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 크지 않을 것"
NH투자증권은 12일 관련 분석보고서를 통해 "실제 배상 규모는 각 사별 구체적인 배상안, ELS 투자자의 수용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으로 현재로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전망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이번 이슈 자체는 이미 작년부터 시장에 알려진 만큼, 은행주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큰 관심은 ELS 손실 배상이 자본비율과 주주환원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당국은 투자자 대부분 손실 배상 비율이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했고, 향후 각 은행들은 분쟁조정기준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배상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금년 각 은행별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 도래 규모는 KB국민 상반기 4.8조원(하반기 2조원), 신한 상반기 1.4조원(하반기 1조원), 하나 상반기 0.8조원(하반기 0.6조원), 우리 상반기 249억원(하반기 164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를 가정한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KB국민 약 1조원, 신한 약 3천억원, 하나 1천500억원, 우리 50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 이슈의 영향이 가장 큰 KB금융지주 기준, 지난해 대규모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연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1조원('22년 1.8조원, '21년 1.2조원)에 달한다"며 "올해 충당금 부담이 지난해보다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면 ELS 손실 배상액 상당 부분은 충당금 감소로 상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연간 이익이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ELS 손실 배상으로 위험가중자산(RWA) 운영리스크가 증가(자본비율 하락)하겠지만, KB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CET1 비율은 13.6%에 달해 주주환원 확대 요건(13%) 대비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KB 외 타사는 ELS 배상 부담이 현저하게 낮아, 이번 사안이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이번 배상으로 올해 이익이나 자본비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되는 게 아니라면, 각 사별 주주환원(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감소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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