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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여성·저연령·고학력 근로자, 근무 여건 중시”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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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4-23

한은, ‘근무여건(Job amenity) 선호와 노동시장 변화’ 발표 “직업 만족도 높다 응답비율, 근무여건 지수 가장 높은 그룹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14.9%p 높아” Job amenity 반영시 소득 불평등 더 악화…남성·여성 간 임금격차는 줄어 “Job amenity 낮은 일자리 인력난 더욱 심화될 가능성 커”

조세일보
◆…사진=조세일보 DB
 
여성, 저연령, 고학력 근로자들은 근무여건(Job amenity)이 양호한 일자리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3일 'BOK이슈노트: 근무여건(Job amenity) 선호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들어 Job amenity를 임금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근로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직업을 선택할 때 근무여건을 주요 고려사항으로 여기는 취업자들의 비중이 계속 증가(2023년 31.5%)해 임금을 주요 고려사항으로 여기는 비중(26.8%)을 이미 넘어섰다.

한은은 이는 더 좋은 근무여건을 위해 임금의 일정부분을 포기할 수 있는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상당수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어떤 일자리의 Job amenity가 더 양호한지, 또 근로자의 Job amenity 선호가 일자리 선택, 업무 만족도,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봤다.

먼저 Job amenity 항목은 유연근무, 재택근무, 육체적 강도, 업무강도, 업무 자율성, 업무 독립성, 발전 가능성, 직업보람 등 8개로 설정했으며 이후 개별 Job amenity의 특성을 정의했다.

최종적으로 Job amenity 항목에 대한 정의와 직업별 정보(직무, 업무 활동, 업무 환경, 업무 스타일 등)가 얼마나 유사성이 높은지를 자연어 처리 모형을 통해 수치화해 직업별 Job amenity 지수를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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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분석 결과 Job amenity 지수가 가장 높은 직업은 법률 및 감사 사무 종사자, 상품 기획·홍보 및 조사 전문가, 기타 전문 서비스 관리자, 법률전문가, 디자이너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직업들은 육체적 활동이 적고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인의 업무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Job amenity 지수가 낮은 직업들은 육체적 활동이 수반되며 단순 반복 위주의 강도 높은 업무가 많은 특징을 보였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 금융보험, 교육, 전문과학기술 등에서 Job amenity 지수가 높은 직업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은 업무 특성으로 인해 Job amenity 지수가 평균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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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여성, 저연령, 고학력 근로자들이 Job amenity가 양호한 일자리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여성의 경우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유연한 근무 형태가 가능한 일자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고학력 근로자들은 육체적 능력을 덜 요구하는 인지적 일자리,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전문직 일자리에 더 많이 근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여성과 고학력 근로자는 Job amenity에 대한 선호 및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으로 일자리 선택이 선호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고령층은 Job amenity에 대한 선호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나 낮은 교육 수준 등으로 인해 여타 계층과의 취업 경쟁에서 밀리며 Job amenity가 양호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낮았다.

직업 만족도와 관련해 임금뿐만 아니라 Job amenity가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할 확률은 Job amenity 지수가 가장 높은 그룹(5분위)이 가장 낮은 그룹(1분위)에 비해 14.9%p 높았다. 특히 여성, 고연령, 고학력 근로자가 남성, 저연령, 저학력 근로자에 비해 Job amenity에 따른 직업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조세일보
◆…자료=한국은행 제공
 
Job amenity를 반영해 소득불평등을 새롭게 측정할 경우 소득 불평등은 더 악화됐다. 소득 5분위 배율이 4.0에서 4.2로 증가했는데 이는 고소득 근로자들이 Job amenity가 양호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데 주로 기인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남성과 여성 간 임금격차는 줄어들었다. 남성 대비 여성의 상대임금은 70.5%에서 73.6%로 상승했는데 이는 여성들이 Job amenity가 양호한 일자리에 더 많이 종사할 뿐만 아니라 Job amenity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러한 결과가 성별 임금격차 중 일부가 Job amenity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이수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향후 경제활동인구에서 여성 및 고령층의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Job amenity는 직업 선택 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Job amenity에 대한 여성, 고령층의 높은 선호를 고려하면 Job amenity가 낮은 일자리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여성 및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국내 노동시장의 Job amenity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기술 발전에 따라 근무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Job amenity 개선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다 유연한 근무여건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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