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

은행권,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 나선다..."실적 악화는 불가피"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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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3-21

은행권,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조만간 ELS 자율배상 규모 정할 듯 은행권, 올해 순이익 급감 예상...KB금융 배상규모 가장 클 듯 하나證, 배상규모 KB금융 7000~8000억원, 신한 3000억원, 하나 2500억원 추산 배상규모에 따라 KB금융-신한지주, 리딩금융 자리 또다시 뒤바뀔 수도 금감원장 "은행 자율배상 결정, 배임 소지 없을 것"...자율배상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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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사 모습[사진=각사 제공]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던 5대 시중은행이 올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악재를 만났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배상에 나설 경우 올해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문제 해결을 위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판매사가 부담해야 하는 최대 배상 비율이 100%에 이를 수도 있지만, 은행의 경우 25~50%의 판매자요인 배상비율에 가산항목과 차감항목, 기타조정을 반영해 최종배상비율(20~60%)이 산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ELS 대규모 손실 사태의 책임이 감독당국에 있는 게 아니냐는 점에 대해 "배임 관련 업무를 20년 넘게 했는데 소비자와 부담 나누는 게 배임 이슈에 연결되는 건 먼 얘기"라고 말했다. 은행의 자율배상은 배임이 아니란 점을 언급하면서 은행권의 자율적 배상 결정을 촉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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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홍콩H지수 ELS 피해자들의 집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제공]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금융감독원의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 기준안'을 토대로 배상 규모 및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달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의결하기로 했고,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배상안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배상에 관한 사항을 부의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이 자율배상을 결정하다라도 배임 소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우리은행 측은 재차 법률 검토 결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오는 27일로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서 H지수 ELS 자율배상안을 의결한 후 이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역시 현재 판매된 ELS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이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고, NH농협은행 역시 조만간 이를 다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관련 ELS 판매 잔액 15조4000억원 중 올 상반기 만기 도래가 예정된 규모는 8조7000억원(56.5%) 가량이다. 올 1~2월 은행권 만기 도래액(1조9000억원) 중 1조원이 이미 손실(손실률 52.6%) 처리됐다.

금감원의 ELS 현황조사에서 은행권의 '불완전 판매' 사례가 다수 확인된 만큼 배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손실 발생 유형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금 손실 규모가 조(兆) 단위인 만큼 배상액도 상당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LS 배상에 따른 영향 클 듯...'리딩금융·뱅크'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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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은행권이 ELS 관련 투자자별, 기한별 책임소재를 반영해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그 비용은 실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ELS 배상금을 재무상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괴거 사모펀드 사태 관련 배상 처리가 그 근거다. 따라서 3월 중 은행권의 자율배상이 결정되고, 4월부터 배상이 시작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 비용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전날(20일) 관련 분석보고서에서 올해 만기 도래 ELS 예상손실액을 KB금융 약 2조3000억원, 신한지주 약 9000억원, 하나금융 약 7000억원으로 가정한 뒤, 자율배상 규모를 KB금융 7000~8000억원, 신한지주 3000억원, 하나금융 2500억원 등으로 반영해 이익추정치를 세전 기준 약 1조3000억원 감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예상 순익은 KB금융의 경우 기존 5조1200억원에서 4조6400억원, 신한지주는 4조8000억원에서 4조5700억원, 하나금융은 3조8300억원에서 3조6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은행별 전수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최종배상비율은 약 30~35% 내외로 전망한 결과라는 게 하나증권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전제로 보면 농협은행은 1000억원대의 배상금이 추정되고, ELS 판매 잔액이 가장 작은 우리은행의 경우 100억원 안팎의 자율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이 같은 배상 규모는 결국 감독당국의 자율배상 가이드라인을 은행 이사회에서 수용할지 여부에 달려 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여론 및 향후 과징금 등의 제재조치 등을 감안할 때 일단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국내 은행들이 판매한 H지수 ELS 손실은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 등 3대 시중은행의 올해 만기 도래 ELS 예상손실액만 보면 3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KB금융이 약 2조3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신한지주는 약 9000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최근 수년간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배상 규모 결정에 따라 '리딩뱅크'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KB금융은 순이익 면에서 1위를 기록해 2022년 신한지주에 내준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KB금융의 작년 순이익은 4조6319억원으로 직전년도(4조1530억원) 대비 11.5%(4789억원) 늘었다. 신한금융은 4조3680억원으로 2022년(4조6656억원) 대비 6.4%(2976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 적립도 변수...부동산 PF 부실화 우려 등 변수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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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월 11일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한편 갈수록 커지는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도 은행권 실적 변동의 변수다.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이 상승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 자산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산적해 대손충당금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2023년 12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47%로 전분기말(0.44%) 대비 0.03%포인트(p) 상승했다. 전년동기(0.40%)와 비교해선 0.07%p 올랐다.

대손충당금 잔액(26조5000억원)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로 인해 전분기말(24조7000억원) 대비 1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적립률도 대다수 은행에서 상승했으나 은행권 전체로는 수출입 등 특수은행의 영향으로 3.0%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중 신규발생 부실채권은 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4조3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증가했고, 전년동기(3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2조6000억원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12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0.47%)은 전분기말(0.44%)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코로나19 이전(1999년말 0.77%)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4분기 중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크게 확대한 결과 부실채권 증가에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부동산 경기 둔화 및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위험 요인이 잠재되어 있음에 따라 리스크 요인을 충분히 반영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토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2022년 0.21%에서 지난해 0.29%로 0.08%p 상승했다. 총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22%에서 0.27%로 0.05%p 올랐다.

시중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5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적립한 충당금은 11조949억원으로 직전년도(2022년) 5조8853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LS 손실 사태에 대한 자율배상에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지주의 올해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악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더해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가능성도 있어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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