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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산업은행의 실상은?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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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10-21

2018년 순익은 대우조선해양 주식평가액으로 부풀려 외부기관 사업타당성 조사 없이 대우조선해양 합병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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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회 정무위원회의 KDB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의 실상이 보다 확연히 드러났다. 야당은 물론 여당 소속 의원들까지 이동걸 회장을 질타하며 산은에 대해 잇달아 비난하는 분위기였다. 

산업은행은 2018년 실적이 대우조선해양 주식평가액으로 부풀러지는가하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헐값으로 넘기면서 외부컨설팅조차 받지 않고 '밀실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낳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이 회장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통합 발언과 관련해서는 “정직하지 못하다”라든지 “적절치 못하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몰아 세우기도 했다.

◇ 산업은행 2018년 순익은 대우조선해양 주식평가액으로 부풀러져

산업은행의 2018년 당기순이익 2조5809억원은 대우조선해양 주식평가액이 포함돼 부풀러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한국산업은행의 2018년 당기순이익이 2조5098억원으로 전년의 4348억원 대비 6.7배이상 증가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에 따른 주식평가액 손상환입 2조147억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주식손상환입액을 제외하면 2018년 당기순이익은 4951억원으로 2017년 4348억원 대비 603억원 증가에 그쳤고 이 또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로 대손비용 규모가 전년대비 2901억원 줄어들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산업은행이 2015년 이후 주요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손실액 중 대손비용은 6조9554억원, 주식손상에 따른 피해도 3조358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산업은행 당기순손실도 2015년 1조8951억원, 2016년 3조6411억원을 기록하며 경영이 악화됐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한국산업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컸는데 2015년 이후 대우조선해양계열 대손비용만 2조1835억원이었다.

경영악화에 따른 주식손상비용도 2015년 7453억원, 2016년 2조290억원, 2017년 905억원이었으나 2018년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고 주가가 회복되자 주식손상환입액이 2조147억원을 기록하며 플러스 효과가 나타났다.

◇ 대기업 지원은 늘리고 중소기업은 줄여

산업은행이 대기업에 대한 대출은 늘리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되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내 기업 전체 여신액에서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소기업의 경우 2015년 26%에서 2018년 25%로 1%포인트 감소한 반면 대기업은 2015년 35.4%에서 2018년 39.4%로 4%포인트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총 대출 중 대기업 비중은 2015년 이후로 계속 감소하고 있으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대기업 여신은 2015년 한 차례 소폭 하락한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정재호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경우 2015년 말 28.6%에 달하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2018년 말에는 27.4%로 비중이 1.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대마불사라는 기치아래 정책금융자금이 대기업 살리기에만 투입돼선 안된다”며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 중소기업은 선수급 RG 금액과 처리 기간도 차별 받아

산업은행의 선수금 환급보증(RG) 처리 기간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선수금 환급보증(RG) 신청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6년 이후 2019년까지 최근 4년간 162개 사업에 대해 총 6조5098억원을 선수급 환급 보증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127건의 사업에 대해 5조8834억원을 환급보증했고 중견기업은 25개 사업 6010억원, 중소기업은 10개 사업 254억원을 지원했다. 평균 환급보증 금액은 대기업 463억원, 중견기업 240억원, 중소기업 25억원을 지원했다.

선수금 환급보증 신청 이후 승인까지 걸린 기간은 대기업의 경우 127건의 사업 중 124건(97.6%)가 당일 처리됐고 중견기업은 25개 사업 모두(100%) 당일 처리, 중소기업의 경우 10개 사업 중 3개(30%)만이 당일 처리됐다.

선수금 환급보증(RG)은 조선사의 선박건조 중 조선사 부도 등으로 선박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보증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산업은행이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발급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 561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정재호 의원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대한 RG 발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6년 산은이 RG를 발급한 선박 선박 4척(보증액 1090억원)과 관련해 561억원의 보증 손실이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산업은행은 RG 손실에 대해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사옥(서울 삼성동 정석빌딩)을 기초로 담보를 잡아 향후 자금 회수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석빌딩의 담보가치가 손실 규모에 미치지 못해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수빅조선소에 제공한 RG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손실을 입은 바 없고 선수금환급요청에 따라 발생한 대지급금 561억원에 대해서는 한진중홀딩스 제공 삼성동 빌딩담보 및 수빅조선소 제공 예금담보를 통해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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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관계자와 답변을 상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합병, 외부기관 사업타당성 용역 없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 과정에서 외부 기관에 사업타당성 용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밀실 거래' 의혹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의 질의에 “대우조선해양 합병은 산은 내부에서만 검토했다”며 “대우조선해양 합병 사업타당성 용역 없었다”고 공식 밝혔다.

이 회장은 김정훈 의원의 질의에 사실상 합병 사업타당성 용역 조사도 없이 이뤄진 밀실 거래 가능성을 시인하는 셈이어서 시민단체들의 이 회장에 대한 경위 설명 요구와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해 EU(유럽연합) 등에 사전협의 없이 허가를 냈나'고 추궁했고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승인 절차를 밟고 있고 합병 절차에 대해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 회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았고 성실한 답변을 주문했다.

이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답변 태도와 관련한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한말씀 드려도 돼는가?”라고 민병두 정무위원장에게 묻자 위원장이 나서서 “하지 않는게 좋겠다”며 즉석에서 핀잔을 주는 모습도 연출됐다.

◇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의도는?

이동걸 회장 체재 하에서 산업은행은 지난 4월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만들었다. 산은은 동시에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 지분 100%을 KDB인베스트먼트로 넘겼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산은이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구조조정 업무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조직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도 “산은이 자회사를 만들 게 아니라 외주를 줘 수수료를 주고 매각하면 될 일”이라며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에 실패하면 경비나 인건비만 쓰고 대책이 없는게 아니냐”고 힐난했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KDB인베스트먼트를 만들 거면 산은 내에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직원들은 모두 내보내야 한다”고 가세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동걸 회장이 나서서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만든 회사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초대 대표는 이대현 전 산은 수석부행장이 맡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산은은 재무적 구조조정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영업과 가치 제고 등 사업구조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며 “자회사 설립을 책임 회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대부분의 실무인력은 시장에서 채용한 전문가”라며 “임금체계 때문에 시장 전문가를 산은이 직접 채용하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회장은 “KDB인베스트먼트는 시장을 알고 시장 경험이 있는 인력을 채용했다”며 “산은은 부행장보다 급여를 많이 주는 시장 인력을 채용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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