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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세무사고시회, 세무사법 의원발의에 대한 논평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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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10-24

지난 10월 15일 김정우 의원 등 29인이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 안은  첫 번째 회계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한 세무조정 등 모든 업무를 허용하고 두 번째는 동 업무를 허용하기 위해 6개월의 실무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 법안 발의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대리 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세무대리를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세무사 자격제도의 전반적인 내용,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직역 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한 뒤 입법 개선을 하도록 했다.

또 회계에 관한 전문성을 전혀 검증받지 않은 변호사에게 세무사와 공인회계사의 고유 업무로서 순수한 회계업무인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의 업무까지 변호사에게 허용하게 되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검증한 경우에만 업무수행 권한을 부여하는 전문자격사제도의 근본 취지를 위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안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무교육 등의 절차를 마련함을 입법 취지로 밝히고 있다.

이를 언뜻 살펴보면 헌재 판결 이후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문성 확보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이나, 행간을 살펴보면 동 법안의 각 조항은 세무사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많은 부작용을 암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동 법안은 '회계에 대한 전문성을 변호사들에게 보완시키면 세무사의 일부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는 논리 하에 발의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회계와 세법에 대한 실무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변호사의 세무업무가 납세자인 국민의 재산권과 공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함의되어있는 법안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변호사의 회계·세법 이해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변호사의 입장을 빌리자면 '변호사는 법령에 관한 전문가이므로 각종 조세법은 알아서 변호사들이 잘할 것이므로, 회계에 대해서만 교육시키면 세무사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회계와 세법에 대한 이해 부족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

세법과 회계는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도저히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조세법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법,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은 구체적인 회계처리의 대부분을 K-IFRS 등 따로 규정된 여러 회계기준 등에 위임하고, 국가가 정한 조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기준과 다른 회계처리방법을 규정해 놓았다.

즉 법령 자체가 회계적인 내용이 대부분인 것이다. 자산·부채의 평가, 손익의 귀속시기 등 소득의 결정에 가장 필수적인 구체적인 처리방법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기준에 맡겨 놓고, 조세 목적달성을 위한 특수한 회계처리 방법을 기술한 것이 세법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회계만 안다고 해서 세법을 해석할 수 없으며, 세법만 안다고 해서 세무사법에 규정된 8개 항목의 업무를 수행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계와 세법은 같이 교육되어야 하며, 같이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무사법 2조에 규정된 8개의 세무사의 업무, 즉 ①조세에 관한 신고·신청·청구 ②세무조정계산서와 그 밖의 세무 관련 서류의 작성 ③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의 대행 ④조세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 ⑤세무관서의 조사 또는 처분 등과 관련된 납세자 의견진술의 대리 ⑥개별공시지가 및 단독주택가격·공동주택가격의 공시에 관한 이의신청의 대리 ⑦해당 세무사가 작성한 조세에 관한 신고 서류의 확인 ⑧성실신고에 관한 확인 등은 모두 회계 및 세무에 관한 깊은 이해 와 실무 없이는 수행할 수 없다.

가령, 개정안이 허용하고 있는 세무조정이라는 것도 결국은 회계적으로 처리된 재무제표를 세법에 맞추어 조정하는 과정인데 어떻게 세법과 회계를 모르고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세무조정을 할 수 없다면 그 효과를 수치로 계산할 수 없어 조세에 관한 신고·신청·청구 등은 당연히 할 수 없을 것이다.

세무사법 개정안에 성실한 교육과 엄격한 평가 담겨야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변호사들이 각자의 이익창출을 위해 사무장을 고용하여 신고서에 도장만 찍는 대리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고, 이는 납세자의 권익 보호에 치명적인 해를 미칠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실무수습만을 규정하고 있고 그 구체적인 방법들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그 시행령마저 세무사들이 받는 실무수습과 같은 수준의 수습만을 요건으로 하거나 불충분한 방안만을 규정한다면 발의자들이 담고 있는 전문성의 확보는 매우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진정한 전문성 확보는 수습 기간으로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질 높은 평가로 검증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 역시 전문성이 검증된 경우에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허용하라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개정이 쉬운 시행령에 전문성 확보방안이 위임된다면, 언제든지 개정을 통해 그 절차가 완화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시행령이 아닌 법 자체에 그 방안이 기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안 자체에 6개월 이상 회계뿐만 아니라 세법에 대한 실무수습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이후 세무사 2차 시험에 준하는 회계 및 세법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일정 수준 이상을 통과한 변호사가,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해당 교육과 평가는 모두 한국세무사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변호사단체에 그 교육과 평가가 위임된다면 제대로 된 교육과 평가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이 아닌 단순 실무수습으로 끝난다면 전문성 확보는 담보하기 어렵고, 더욱이 로스쿨 제도 시행 이후 급증하는 변호사 수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법률시장에서 변호사들의 일탈 행위를 방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변호사들이 각자의 이익창출을 위해 사무장을 고용하여 신고서에 도장만 찍는 대리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고, 이는 납세자의 권익 보호에 치명적인 해를 미칠 것이다.

법령 입안자들은 오직 납세자 권익 보호에 집중해야.

몇몇 변호사단체의 수습교육과 평가에 대한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무수습 등을 한국세무사회가 주관하면 실질적으로 변호사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실무수습을 대한변호사회에서도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기존의 대한변호사회의 온라인 변호사 연수원을 통해 실무수습을 하게 되면 변호사들이 보다 쉽게 실무수습을 할 수 있으며 실무수습에 드는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두 번째 세법·세무·회계 관련 교육 이수 경력자나 해당 분야 학위 소지자는 세법과 회계 중 일부 과목을 축소해 실무수습을 받을 수 있도록 실무수습 절차를 이원화하여 효율적인 교육과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법에서 정한 실무수습을 마친 변호사들은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어떠한 측면에서도 객관적인 명분을 가지기 어렵다. 교육과 평가를 대한변호사회에 맡기는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것과는 별개로 하더라도 엄격한 기준의 질 높은 교육과 실질적인 평가가 담보될 리 없다. 허울뿐인 통과의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세법·세무·회계 관련 교육이수 경력자나 해당 분야 학위 소지자에 대한 실무수습 완화도 자격사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은 주장이다. 그러한 주장에 타당성을 입히려면, 변호사 자격이 없는 특정 법학박사 학위자에게 변호사 시험에서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일부 시험을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또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게 하는 것 역시 정상적으로 세무사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와 교육 및 평가만 통과한 변호사의 구분이 불가능해 전자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만일 위의 내용 들이 대한변호사회의 입장이라면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와 기획재정부, 법무부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리라 추측하는 것이 단지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입장은 빈약한 자기방어적인 논리에 기댄 주장이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 논쟁은 2018년 이후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것이 폐지된 것으로 큰 틀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사항인 것이다. 이 같은 현 상황을 공익적인 측면으로 보지 않고 정치공학적인 방향으로만 해결하려는 모습을 바라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와 더불어 정부 및 국회의원 등 법령 입안자들은 힘 있는 단체의 편향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조세제도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납세자 권익 보호라는 대의에만 집중하여 법을 입안하고 타당성 있는 결론을 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일부 변호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매우 중요하나 그 자유는 납세자 권익 보호라는 공익과 국민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최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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