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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파헤치면 고객 잃고 만다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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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6-08-31

회계사는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 불린다. 고유 본업이 회계감사인데, 자본과 영리주체인 기업을 감시하고 조사하여 외부 세상에 널리 알려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계사와 회계법인은 명함에 1순위로 회계감사부터 기재하긴 한다.

회계투명성은 바닥이 훤히 보이는 최상류 1급수와 같다. 물 자체도 깨끗해야 하고 수면에 낙엽도 없어야 물고기가 보인다. 기업스스로도 공명정대해야 하고 회계투명제도도 완벽해야 하며 기업회계정보의 외부전달수단인 외부회계감사에도 아무런 가림막이 없어야 기업내부가 잘 보인다. 그래야 공익피해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은 약점은 감추고 강점은 더욱 드러내고 싶어 한다. 윤리와 도덕에 앞서 분식회계는 본능에 가깝다. 우리가 옷을 입고 분장하는 것과 같다.

특히 회계사의 본업인 회계감사와 세금신고업무에는 기업의 분식회계의도가 늘 번뜩이고 조우한다. 회계와 감사분야는 나쁜 재무상태를 좋게 보이려는 요청에 시달리고 세금신고분야는 좋은 경영실적의 이익숫자를 줄여서 세금을 적게 계산하였으면 하는 고객요구가 빈발한다.

극단적으로는 거액의 손실이 나는 회사도 은행대출의 연장과 낮은 이자율 혜택 및 경영자 보상을 목적으로 세금을 더 내면서라도 손실을 이익으로 둔갑시켜 세상에 버젓이 내놓는다. 이게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절벽사건이다.

기업의 실제 경영실적과 재무상태와는 달리 더 좋게, 더 나쁘게 또는 기업경영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재무제표나 세금신고서가 작성되도록 하는 것이 분식회계이다. 분식회계는 수백 배의 사기행위이다. 일단 분식회계에 한 번이라도 빠지면 전기이월이 되어 계속 반영되기 때문에 매년 반복된다. 이 때문에 완전범죄가 불가능하다.

물론 경영실적이 양호한 과반수 이상 기업은 실제대로 회계 공시한다. 나머지 이익이 안나고 손실상태의 부실기업이 문제다. 실적이 나쁜 기업 경영자는 주주와 은행과 임직원과 외부이해관계자를 속이기 위해 회계사기유혹에 빠진다. 이를 외부회계감사인이 파헤치지 못하면 거액의 공익피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현행 외부감사법은 분식회계 유혹에 빠지기 쉬운 기업이 자신을 감시하고 조사할 외부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도록 했다. 말이 선임이지 입맛대로 골라잡는 격이다. 가격도 최소 5군데 견적서를 받거나 전자공개입찰을 벌여 최저가로 결정한다.

회계사는 오로지 감사보고서 딱 한 장으로 수십조원의 회계숫자를 평가해야 하니 소신의견을 표출하는 수단도 너무 약하다. 시쳇말로 숫자와 돈을 가진 기업은 강한 갑이고, 외부감사인은 너무나 약한 을이다. 이러니 독립성을 지키기 어렵다. 웬만해서는 실제로 감시하고 조사하고 입증한대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어렵게 된다.

회계법인내에서도 소신이 강하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회계사는 감사고객이 거의 없다. 일종의 딸깍발이 기질의 원리원칙 회계사는 감사현장에서 본대로 증거대로 감사의견을 소신있게 쓰려고 한다. 이게 바로 분식회계를 파헤치는 격이다. 그러나 기업이 애써 숨겨논 것을 찾아내면 감사고객은 바로 떠나간다.

깐깐한 회계사일수록 평균 2개 이하의 감사계약고객으로 회계사 삶을 영위한다. 대신에 감사업무가 적은 회계사는 회계용역이나 세무신고업무 및 경영자문을 주로 한다. 세무고객 대부분은 세법에 맞추어 세금내기를 원하지만 일부는 무리하게라도 세법을 적용해 적게 내기를 원한다.

낼 세금이 세법보다 적게 계산된 세금신고서와 재무제표는 세금만 적게 낼 뿐 외부투자자와 채권자 등에게 쓰나미 같은 공익피해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반면에 이익과 자산이 과대반영된 회계보고서는 공익피해를 유발하고 국민혈세를 축낸다.

중견회계법인 소속회계사는 기업의 머리와 손발 역할을 해주는 재무·경영자문역할을 많이 한다. 불황일수록 기업은 내부의 고정인건비를 줄여야 할 처지여서 회계·세무·인사·재무·경영의사 결정의 상당부분을 외부로 포괄위탁(outsourcing)한다. 여기엔 회계사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회계사의 실력이 좋아서 기업의 분식회계를 잘 파헤치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 대부분 감사고객은 떠나간다. 담당하던 고객을 상실하면 주변에 너무 엄격하다고 나쁜 평판이 난다. 그래서 엄정한 원칙주의자일수록 기존의 회계감사고객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비감사업무인 세금신고, 재무자문, 경영컨설팅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회계사들은 자신의 고유본업인 회계감사업무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꺼리고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이 완전주도하는 자유선임제도인데다 공공재인 감사의 기준가격도 법정화되지 않은 무가격이므로 최저가 덤핑에 시달린다.

기업이 작정하고 속인 회계사기를 파헤치면 感謝한 고객이 떠나가고, 파헤치지 못한 監査고객은 결국 공익피해를 일으켜 모두가 패가망신한다. 그런데 정작 분식회계 사기를 일으킨 대주주와 기업 경영진은 한 몫 챙겨 먹튀한 후다. 또한 분식기업은 곧바로 파산하여 배상능력을 이미 상실했다. 집단소송과 연대책임하에 마지막 남은 담당회계사는 민형사소송과 배상책임에 시달린다. 이건 소설(fiction)이 아니고 경제불황이 심할수록 현실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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