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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감사인은 왜 분식회계에 입을 닫는가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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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6-06-01

현장 회계사는 보조자에 불과해 의견을 말할 수 없어

분식회계는 워낙 교묘히 숨겨져 있어 당사자 이외에는 발견하기 어렵다. 냄새와 CCTV도 없으니 일종의 완전범죄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제가 악화되거나, 해당산업이나 특정기업의 경영상태가 나빠져서 기업의 매출과 이익 및 자금조달상태가 순조롭지 않은 경우 분식회계는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기업부도, 파산과 합병, 청산 및 채무불이행 등으로 악화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거액대출금은 상환불능에 빠진다. 특히 상장회사가 분식회계로 망하면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 주가폭락으로 거액의 공익피해를 입게 되고, 해당기업과 외부감사인은 많은 불특정투자자들과 함께 치명적인 민·형사소송에 오랫동안 휘말리게 된다.

은닉된 분식회계에 대해 기업은 행위당사자이므로 너무 잘 알고 있는 주책임자이다. 그러나 외부채권자와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를 몰랐으니 손해배상을 주장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가운데 낀 외부회계감사인도 분식회계 집단소송의 연대책임이나 비례책임 또는 부실외부감사에 연루되면서 거액민형사소송의 피고인이 된다.

최근의 여러 판결에서 외부감사인은 받은 감사보수의 수백배이상의 확정판결을 받고 문을 닫기도 했다. 분식회계에 대한 부실감사의 책임공방에서 외부감사인이 고의나 중과실을 저지른 경우 책임정도에 비례해 부분손실배상함은 타당하다. 그러나 부실감사의 문제쟁점 검증과정에서 기업이 회계자료를 숨기거나 고의로 기망하여 감사인이 정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어도 발견할 수 없는 경우라면 배상책임에서 면제되어야 한다. 완전범죄급의 분식회계일 경우 현장회계사의 정상적 감사과정을 통해서도 분식사실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회계감사기준은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현장회계사는 피감회사를 의심하면서 감사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제시하는 회계·경영자료가 분식회계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과 의심속에서 회계감사해야 하는 미묘한 상황에서 일하는 것이 회계사의 숙명이다. 남을 의심하기 싫은 사람은 회계사를 떠나기도 했다. 그래서 회계사 휴업자가 40%에 이른다.

회계사의 의심과 정당한 주의의무 속에서도 걸러내지 못한 분식회계는 기업이 고의로 속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부실감사의 대부분 민형사소송에서 기업이 속였느냐, 회계자료가 제대로 제출되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소송의 책임범위는 천양지차로 벌어진다. 특히 현장감사업무담당자는 분식회계민형사소송에서 무한책임을 지는 피고가 된다. 따라서 분식회계나 허위자료 내용을 전혀 몰랐고 기업에게 속았다고 주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감사참여회계사가 소신을 굽히거나, 업무지시받는 하위직이므로 몰랐다고 해명하는 것은 현행 공인회계사법의 규정때문이기도 하다. 공인회계사법 제34조(업무의 집행방법)은 “회계법인은 이사외의 자로 하여금 회계감사·증명업무를 행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소속공인회계사를 회계법인의 보조자로 할 수 있다”고 이사와 보조자라는 상하계급제도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인회계사법 제2조(직무범위)에 “공인회계사는 타인의 위촉으로 회계감사업무를 행한다”는 포괄업무규정에 배치된다. 공인회계사는 회계법인에 입사하기만 하면 등기이사가 아닌 한, 원천적으로 회계감사업무를 할 수 없고, 하위보조자로 전락한다. 이같이 이사가 아니면 외부회계감사자격이 박탈되므로 회계법인에 따라서는 소속회계사 10명 모두가 등기이사인 기형적인 경우도 많다. 임직원이 10만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7명인데도 말이다.

국회의원은 초선인 경우도 각자가 헌법기관으로 개별입법활동이 가능하다. 판사와 검사도 각자가 법률기능을 한다. 의사의 경우 의료법 제2조(의료인) (의사는 의료를 임무로 한다)와 제33조제2항 (의사나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이외에는 의사업무의 방법과 차별에 대해 별다른 규정이 없다. 변호사법 제50조(업무의 집행방법)는 “법무법인은 법인명의로 업무를 수행하며 그 업무를 담당할 변호사를 지정하여야 한다. 다만, 구성원이 아닌 소속변호사에 대해서는 구성원과 공동으로 지정하여야 한다”고 '지정' 개념만 규정하여, 이사 이외 업무불가능이나 보조자의 개념이 없다.

세무사법 제16조의11(업무수행의 방법)은 “세무법인은 업무를 담당할 세무사를 지정하여야 한다. 다만, 소속세무사를 지정하는 경우에는 소속세무사와 함께 이사를 공동으로 지정하여야 한다”고 '지정'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원천적 업무불능이나 보조자 개념없이 공동지정 등 형평성 개념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와 같이 회계사만 “등기이사 이외에는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없고, 소속회계사는 단지 보조자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근대적 이중부정의 예외 배척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다. 경험많은 현장회계사라도 등기이사가 아닌한 단순한 보조자 신분에 불과하다. 책임자가 아니고 하위보조자이니까 “분식회계를 몰랐다. 정확한 재무자료를 안 주었다. 속았다” 등의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회계법인의 등기이사(파트너)는 현장회계감사 업무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고객유지관계나 영업 및 수금행위만 담당한다. 현장에는 등기이사(Partner)가 아닌 Director 이하 Manager, 현장ICA(현장담당회계사)나 staff 등 보조자회계사만 참여한다.

따라서 피감기업은 현장감사 담당회계사들을 보조자로 대할 뿐이다. 보조자들은 이사(책임자)가 아니므로 분식회계를 알 수 없고, 설사 느낌이 있고 분식회계 증거를 일부 잡았다 하여도 등기이사(파트너)에게 보고하면 끝이다. 이들 보조회계사는 회계감사의 법적권한이 없으니 분식회계에 대해 양심의 가책없이 모르쇠로 소명할 수 밖에 없으며 소신있는 현장감사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등기이사가 아닌 보조자회계사는 공인회계사법 제34조로 인해 회계감사인으로서의 입이 닫혀있어 초동발견 사실에 대해 소신있는 감사의견을 말할 수 없다.

제대로 외부감사가 되려면 공인회계사법 제34조는 현재의 이중부정적 배척규정이 고쳐져야 한다. 예를 들어 “회계법인은 소속공인회계사로 하여금 감사를 수행하게 한다. 다만, 이사가 소속공인회계사와 감사업무를 공동수행하거나 감독하도록 한다” 등의 공동협력·감독규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인회계사법 제2조의 포괄업무범위 규정과 수미일관성이 있으며 법인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의사·변호사·세무사 등 타전문직 규정과의 형평성도 맞출 수 있다. 현장회계사를 보조자급의 벙어리로 만들어서는 소신있는 외부감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 수많은 회계사들이 현행 공인회계사법 제34조의 하자규정을 왜 그대로 끌어안고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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