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뉴스

해외고교 출신 핸디캡 인터넷 강의 매력에 빠져 극복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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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7-10-10
성균관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박정규
□ 들어가면서

제 52회 공인회계사 시험 회계감사 과목에서 최고득점으로 합격한 박정규입니다. 지난 8월 24일,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합격소식을 받은 후 그간 2년간 수험생활이 주마등 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대장정이 막을 내린 후 찾아온 기쁨은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달콤하고 행복했습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가 86점의 성적으로 최고득점자라는 믿기 힘든 소식을 통보받았을 그 순간의 전율은 그 어떠한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찔했습니다.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기에는 스스로 많이 어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저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으로 이 합격 수기를 작성하는 바입니다.

사실 처음 회계사 시험 도전을 계획했을 때 주변에서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유년기 폴란드에서 4년,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4년 등 총 8년간 해외생활을 한 후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한 저이기에, 2차 응시 과목들이 논술 형태로 구성된 공인회계사 시험은 너무 어렵고 저한테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분 했습니다. 

솔직히 군대에 가기 전 학부 수업 중 회계원리 과목을 수강하면서 배운 회계지식이 전부인데다 공인회계사가 우리 사회 및 경영환경에서 정확히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경영학도로서 소위 '경영학의 꽃'이라 불리는 공인회계사가 된다는 것은 수험생 입장에서 제가 갖고 있는 여러 불리한 장애물을 뛰어 넘어 멋지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굳게 믿어 회계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수험기간 별 공부일지

저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엄격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즉, 부족함을 부끄럽게 여겨 숨기려하지 않고, 오히려 제가 갖고 있는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형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고등학교까지의 12년 정규교육과정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 저의 독특한 이력은 회계사 수험생으로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였으며, 초기단계 예상대로 수험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는 여타 응시생들과는 달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지 않은 채 수시로 대학에 입학함에 따라, 다른 수험생들이 대학입시 준비과정에서 획득한 언어능력이나 수리능력을 처음에는 쉽게 따라잡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너무나도 당연하고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학습 수단인 인터넷 강의마저도 저에게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제가 갖고 있는 많은 핸디캡들이 오히려 더욱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 좋은 결실을 맺게 된 것 같습니다. 

인터넷 강의가 익숙하지 않아 15년 3월 나무경영아카데미의 봄 종합반을 현장강의로 수강하면서 본격적인 시험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치열한 자리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밤잠을 줄이고 심지어 씻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벽 일찍 학원으로 달려가 거의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들의 강의에 열중했습니다. 

하지만 과목들이 추가되고 진도가 누적 될수록, 더 이상 현장강의의 속도를 수월하게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뒤쳐졌습니다. 사실 당시 진도별 모의고사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 거의 매일 자괴감 속에 괴로워하며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이 시기에  멘토들과의 직접적인 상담 및 선배 회계사분들의 수기를 수시로 꺼내 읽으며 무너져가는 각오를 새롭게 다잡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6월쯤 같이 공부를 시작한 친구의 권유로 현장강의에서 인터넷 강의로 전환을 했는데, 이것은 제가 수험기간 중 취했던 많은 선택들 중 합격의 지름길로 인도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강의의 시간적 효율성에 감탄한 저는 곧 바로 집 앞에 있는 1인 독서실로 수험준비에 필요한 모든 짐을 옮겼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집중력 및 개인 의지 등의 이유로 인터넷 강의보다는 현장강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격에 대한 강한 열의가 있는 수험생과 인터넷 강의가 만났을 때 이룰 수 있는 성과는 가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인터넷 강의의 배속 기능으로 강의 시간을 반 정도로 줄인 저는, 저한테 주어진 하루가 다른 수험생들에게는 이틀이라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단계 현장강의를 들을 때보다 두 배 정도 주어진 자습시간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했으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잊은 채 그저 늘어난 자습시간에 감사하며 기분좋게 공부에만 전념했습니다. 

7월부터 1차 시험 직전까지 약 8개월 넘는 기간 동안 독서실에서 도시락을 먹어가며 평균 14시간 정도 공부시간을 유지한 채 시험 준비에 몰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종 2차 시험 합격을 위한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1차 시험 직전 몇 개월은 회계사 수험생에게 동차기간만큼이나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며, 저로서는 이 시기가 전체 수험기간 중 가장 잡념없이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으로 공부에만 몰두했던 때라고 기억합니다. 일주일에 여섯 번, 14시간씩 공부를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합격에 대한 희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험 준비에 돌입하여 초기단계 환경적인 차이로 인해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꼈던 핸디캡의 격차가 줄어드는 기분은 저를 더욱 더 결기있게 만들었으며, 실제 모의고사 점수 및 등수가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에 걸맞게 상승해주어 기분좋게 공부 할 수 있었으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공부한 결과 만족할만한 성적으로 1차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모든 합격자들이 입을 모아 동의하겠지만, 1차 시험 합격 발표후 느끼는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물론 1차 기간 동안 재무회계, 세법, 그리고 재무관리의 심화강의를 통해 2차 과목들을 어느정도 학습해 놓은 상태였지만, 4개월도 남지 않는 기간 동안 1차 시험보다 더욱 더 깊이 있고 방대해진 범위의 심화된 내용들을 객관식이 아닌 서술 형태로 10장/15장 써내려가야 한다는 중압감은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의 큰 압박과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마치 1차 시험이 전부인양 휴식 없이 달려온 저에게 1차 시험 합격의 보상심리가 작용되고, 그 뒤에 넘어야 할 더 높은 산이 있다는 사실에 그동안 스스로에게 위안을 준 추진력이 힘을 잃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또 다시 주변정리와 공부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 옳다는 판단 하에 모교인 성균관대학교 공인회계사 준비반인 송회헌에 들어갔습니다. 

솔직히 말해 고시반에서의 공부가 1차 시험 직전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 할 때보다 효과적이었다고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아마도 1차 시험 직전의 추진력이 지속되었다면 동차 때 회계감사 과목마저 합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8개월 동안 혼자 공부하면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고시반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렸다면 동차 때 다섯 과목을 전부 공부하며 시험을 끝까지 완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고, 결과적으로 고시반에 합류하기로 한 제 판단 역시 전체 수험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정말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굳게 믿습니다.

고시반에서 만난 친구들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힘든 시간을 버텨가며 꿈을 꾸는 각자의 염원과 희망이 끈끈한 연결고리가 되어 인생에 있어 동반자와도 같은 소중한 인연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이후 “과목별 공부 방법”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 드리겠지만, 저는 1차 때부터 비교적 자신이 있던 재무회계를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들의 스터디를 동차 기간 때부터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동차 기간 때는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깊이 있는 탐구나 사고를 진행하지는 못하였기 때문에 단순히 진도스터디 위주로 진행했으며, 다행히 저를 포함한 모든 친구 수험생들이 책임감 있게 참여해 비교적 빠르게 전 과목의 회독수를 올리는 등 어려움 끝에 2차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당시 동차 기간 초반에는 주 6일 평균 9시간, 후반에는 주 6일 평균 11시간 공부를 했습니다. 결과는 57.1점인 회계감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들은 합격했습니다.

고생 끝에 얻은 결과이고, 또 열심히는 했지만 다소 난이도가 있었던 시험 특성상 결과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2.9점 차이로 동차합격의 감격을 맛볼 수 없었다는 생각 보다는 4과목을 합격 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으로 시험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회계감사만이 마지막 관문이었던 유예기간 동안의 학습은 이후 “과목별 공부 방법”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과목별 공부 방법
이미 많은 합격 수기들에서 과목별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너무나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어 저는 회계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략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공부를 하면서 고안한 방식들이며, 이 글을 읽으시는 수험생들은 개인의 성향에 맞게 취사선택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공통적으로 참고하실 사항은 저의 수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저는 모든 1차 과목의 기본강의 및 객관식 강의를 수강했으며 동차 기간 때도 모든 2차 과목의 강의를 동시에 수강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특정 과목들의 객관식 강의나 2차 강의를 시간상 이유로 수강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인터넷강의를 배속으로 들으면 그 어떠한 강의도 사실 많은 공부시간을 뺏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선생님들의 강의도 나중에는 인터넷강의의 2배속이 느리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게다가 선생님들이 효율적으로 범위를 추려주기 때문에 기본강의, 객관식강의, 그리고 2차 강의를 막론하고 자습을 통해 훨씬 효과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하루에 전 과목을 반드시 학습해야하는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엑셀을 이용해 월말마다 월간 계획을 작성, 일요일마다 주간 계획을 짜고, 하루의 끝엔 다음 날의 계획을 조정해가면서 학습을 수행했습니다. 

계획 수립시 각 과목에 할당되는 공부 시간뿐만 아니라 과목별 진도를 고려하여 작성했습니다. 즉, 각 과목별로 1회독 목표기간을 (예: 2주) 정해 목표 기간 안에 1회독을 달성하기 위한 하루의 목표 진도량을 설정하고 (예: 18단원/2주 = 쉬는 날 빼고 하루에 1.5단원), 하루에 어느 특정 과목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기 위해 모든 과목들의 목표 진도량에 소요되는 시간의 합이 하루 전체 공부 시간을 (예: 14시간) 초과하지 않도록 계획을 수립 및 조정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과목에 시간을 배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수험가에서는 회계사 시험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비유를 합니다. 방대한 양의 공부로 인해 열심히 이해하고 암기한 특정 과목 및 주제들도 시간이 지나 다른 것을 챙기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백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한 과목의 하루 공부 시간이 단 30분이 되더라도 사람의 머리는 해당 과목을 당일 날 어느 정도 그나마 공부했다는 생각에 위안이 들어,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놓치고 있는 과목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런 식으로 모든 과목을 챙기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1차시험 직전 두달 동안 원가회계는 하루에 단 30분씩만 시간을 할당했으며, 2차시험 직전 한달 동안 재무회계는 단 1시간만의 시간만 할당했습니다. 어차피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비슷한 기억력과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불안감을 해소시켜 안정된 마음으로 완주만 할 수 있다면, 이미 합격의 문턱에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입니다.

1. 재무회계

회계학은 세법과 함께 제가 가장 집중적으로 공부한 전략과목이었습니다. 두 과목 모두 정직한 과목입니다. 공부량과 모의고사 점수의 상관관계가 가장 명확하여 공부하는 보람이 가장 큰 과목이었습니다. 회계학은 시간이 많이 부족한 과목입니다. 

하지만 객관식 서적의 회독을 늘릴수록 풀이속도가 증가하는 것을 체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9~10월까지 친구들한테 “분개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학교의 회계 모의고사에서 모든 문제를 분개를 통해 접근을 했으며 25문제를 겨우 풀 수 있을 정도의 풀이 속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9월까지 기본 이론들을 숙달 시킨 상태에서 김기동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풀이 속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10월부터 1차 시험 전까지 나무경영아카데미, 김기동 선생님, 그리고 김재호 선생님의 객관식 책을 각각 다섯 번씩 전수로 풀고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그 이후 전국모의고사뿐 아니라 실제 2016년 1차 시험 회계학에서 50문제를 다 풀고도 시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의 회계학은 절대로 '40문제만 풀고 10문제는 찍어도 되는 과목'이 아닙니다. 1차 때 공부를 열심히 한 덕에 2차 때 재무회계는 김기동 선생님의 유예강의를 열흘 만에 완강한 이후 2차 시험 때까지 매일 한 시간씩 감을 올려놓고 필수문제만 3회독 한 뒤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2. 세법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가장 입문하기 어려운 과목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가장 크게 걱정을 하며 학습을 시작한 과목이지만 막상 염려 한 것만큼 무시무시한 과목은 아니었으며, 나중에는 오히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아마 세법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승철 선생님의 완벽한 강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 강의에 시작부터 매료되어 합격할 때까지 선생님의 말씀을 일일이 따르며 충성스럽게 공부했습니다. 세법은 크게 할 말이 없습니다. 워낙 양이 많기 때문에 1차, 2차를 막론하고 미친 듯이 암기를 하고 많은 양의 문제를 풀기만 하면 다른 수험생들과의 변별력을 쉽게 갖출 수 있는 효자 과목입니다.

3. 원가회계

원가회계가 2차 시험에서 수험생들을 워낙 고통스럽게 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과목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저는 1차 때부터 지레 겁을 먹고 원가회계를 꾸준하게 공부를 했습니다. 

객관식 강의 수강 이후 김용남 선생님의  책에서 각 단원별로 대표적인 필수문제들을 직접 선별한 이후 해당 문제들만 시험 전에 10번 이상 풀이를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문제를 통째로 외워버려 시험 두 달 전부터 하루에 30분씩만 투자하고, 1주일에 한 번 전 범위를 빠르게 복기하며 감을 유지했습니다. 

1차 때 비교적 열심히 공부를 해 2차 때 원가 파트는 쉽게 적응을 했지만, 관리 파트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동차 시간 때 시간이 너무 촉박해 어쩔 수 없이 개념 위주로 공부를 하며 시험 날 저의 응용력에 모험을 걸기로 마음을 먹었으며, 막판에는 김용남 선생님의 필수문제 리스트만 3회독을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4. 재무관리

고시반 친구들과 수험 시절 재무관리에 대해 항상 웃으며 했던 말이, 이후에 누군가가 수기를 쓰게 된다면 재무관리는 이해 과목이 아닌 암기 과목이라는 말을 반드시 담자고 얘기했었습니다. 

물론 이해가 따르지 않는 암기는 없다고 하지만, 재무관리의 휘발성은 조금의 과장을 더해 세법의 휘발성과 그 정도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 때 감을 잡지 못해 기본강의를 두 번이나 듣고 이후 종합반 일정에도 없던 심화강의를 혼자 시간을 내어 복습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1차 시험장을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1차 기간 동안 쏟아 부은 그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서인지 2차 기간 때 동차강의를 수강하면서 덩굴처럼 꼬여있던 개념들이 점점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 갔습니다. 재무관리도 문제풀이가 개념을 확립시키는데 정말 중요한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2차 기간 초반 김종길 선생님의 연습서에 있는 문제들을 이론과 병행하며 무턱대고 전수로 1회독을 풀고 나니 재무관리를 많이 이해했다고 느꼈습니다. 2회독을 하니 1회독 후 재무관리를 이해했다고 믿은 제 자신이 큰 착각을 범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연습서의 3회독을 마치고 난 후, 시험 날 재무관리는 제가 세법 다음으로 자신 있게 시험장을 입성한 과목이었습니다.

5. 회계감사
 
1차 시험을 합격하자마자 기대에 부푼 채 2차생의 상징인 회계감사 책을 곧 바로 구입하여 권오상 선생님의 2016년 유예강의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회계감사는 처음 수강 할 때 굉장히 쉽다고 느꼈습니다. 선생님들은 보통 감사 기준을 실무와 연결 지어 수험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십니다. 사례들과 연관 지으면 기준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들 같아지고, 사례들을 일일이 필기하기에는 애매할 정도로 예로 들어주시는 사례들은 간단하고 또 다양했습니다. 

복습을 소홀히 하며 강의를 끝내고 공부를 위해 4월에 책을 폈을 때, 필기가 없이 밑줄만 많이 그어진 스터디가이드를 보며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지금 저는 책에다가 무조건 사례들을 다 필기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감사 과목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회계감사는 대부분 실제 감사업무를 수행하다가 맞이한 상황이나, 맞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상황들을 규정해놓은 기준들을 공부하는 과목입니다. 

실무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은 쉽게 다양한 경험에 빗대어 기준들을 수험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알려줄 수 있지만, 실무 경험이 없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기준 자체를 해석할 수는 있더라도 실제 기준들의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기준들을 따로 떼어내어 공부하면 이해가 된다는 착각이 들다가도, 여러 기준들 간의 관계나 전체로서의 감사기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회계감사가 상당히 어려운 과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체로서의 감사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이라 판단하여 많은 수험생들이 부분 부분의 기준들만 확실히 암기를 한 뒤 시험에 응시를 했었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5년도 시험까지는 해당 방법이 효율적이고 또 목적에 적합한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6년 이후의 출제경향을 봐서는 하나의 기준을 암기하는 것 보다는 기준들 간 연계성 및 전체 회계감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제가 2차 시험 불합격 이후 17년 1월에 다시 감사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익혔던 개인적인 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선은 시간 관리 전략입니다. 감사는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글 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빨라 시험시간을 따로 체크하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해 빠르게 푸는 방법으로 모의고사들을 시간 안에 치렀습니다. 

하지만 시험한달 전 여러 선생님들의 GS를 풀면서 생소한 문제들을 만났을 때 당황을 해서 시간에 쫒기는 경험을 여러 번 한 뒤, 시간 안배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름대로 고안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제가 푼 문제의 점수 합계를 기준으로 시간을 관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 시간이 1시간 지났을 때, 푼 점수의 총점이 50점을 넘는지 생각을 하면서 풀이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보통 시험지 초반에 있는 문제들을 나중에 풀기 위해 하나 둘 넘기기 시작하다가 시험 중간에 남은 시험시간을 확인 했을 때 자신이 총 몇 문제를 더 풀어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아 넘겼던 문제를 다시는 못 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저는, 문제를 풀 때 대충 몇 점의 배점을 챙기고 있는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시험을 응시하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어려워서 넘겼던 문제들도 무조건 다시 돌아와서 답안을 채워 넣는 연습을 했습니다. 1시간이 지났을 때 50점 이상의 배점을 챙겼다고 판단하면, 이후의 문제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문제를 읽고, 답안도 더 자세히 쓸 수 있어 점수 획득에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는 문제풀이 및 스터디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는 손으로 많이 써야하는 과목이라고 그럽니다. 저도 여기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는 바이지만, 손으로 많이 써야한다는 것은 같은 문제를 여러 번 푸는 것보다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 새로운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미 푼 문제의 경우, 두 번 정도 배운 것을 답안에 현출하는 방법을 익힌다면, 그 다음부터는 눈으로만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하며 푸는 것이 시간적으로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따금 쓰는 감을 살리기 위해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모의고사 몇 개를 추려놓고 필요할 때 손으로 쓰면서 자신감을 올리는 것도 괜찮았던 방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6년도 감사 기출과 도정환 선생님의 15년도 GS들을 그런 용도로 활용 했습니다. 유예기간에 진도, 문제풀이, GS 등 감사의 모든 것은 스터디를 통해서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감사는 실무에서 발생 하였거나 발생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규정해 놓은 과목입니다. 

선생님들은 모든 상황을 다 설명 못하기 때문에 3~4명의 친구들끼리 같이 공부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물어보며 공부를 수행 했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지엽적인 질문들은 독이 된다고 믿을 수 있지만, 지엽적인 질문들에 함몰되어 시간을 크게 쓰지만 않는다면 유연한 사고에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연습들은 17년도 시험과 같이 공부하면서 절대 안 나올 것 같다고 판단한 질문들만 모아놓은 시험에서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주변에 많은 수험생 지인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교재 선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 유예기간 때 감사기준을 암기하기 위해 동차 때 공부한 회계감사 목차에 직접 수험시장에 존재하는 많은 책들을 단권화 했으며, 회계감사의 전체적인 흐름 파악 및 기준들 간 연계를 깊숙이 이해하기 위해 노준화 교수님의 책을 메인 교재로 다독하고 이효익 교수님의 책도 부분적으로 활용 했습니다. 단권화 된 목차를 통해 세세하고 지엽적인 감사기준들을 외우고, 줄글의 다독을 통해 감사 기준들 속 논리 및 흐름을 이해하며 덕분에 좋은 성적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 글을 마치며
많이 부족한 합격 수기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이 글을 읽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공부하면서 만난 친구들, 선생님들, 교수님들, 그리고 특히 수험기간 동안 아들의 스트레스를 전부 받아주신 저희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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