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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5~6개씩 쓴 볼펜 쌓아두고 “할 수 있다” 다짐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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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7-08-30
◆…제52회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합격자 주나현 씨

◆…제52회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합격자 주나현 씨

'회계는 기업의 언어'라는 매력에 빠져 회계사 도전
'복습 노트' 시험장까지 들고 들어갈 정도로 애용
어려운 회계감사 과목도 용어 익숙해지자 쉬워져
외로움이 가장 힘들어…규칙적 운동으로 스트레스 관리

'강의는 최소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라'

제 52회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주나현(22)씨의 수험공부 비결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주 씨는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1, 2차 공인회계사 시험에 동시 합격하면서 수석 합격의 영예까지 안았다. 그가 이 순간을 맞이한 것은 '회계는 기업의 언어'라는 말의 매력에 빠져 우직하게 자신의 페이스로 하루하루 나아갔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Q. 공인회계사 시험에 수석 합격한 소감은?

A.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엉엉 울었다. 감격스럽다기 보다는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이런 결과를 받을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다.

합격만 해도 기쁠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대 밖의 성적을 받아 오히려 마음이 조금 무겁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욱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살 것이다.

Q.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전공 수업 과정에서 팀을 짜서 '케이스 스터디'를 많이 했다. 그 때마다 재무제표를 분석해야 했다. 재무제표로 기업을 통찰하시는 교수님들과 능숙하게 재무제표를 다루는 예비 공인회계사 선배들이 멋있어 보여 '나도 재무제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경영학과에 입학하고 3년 동안 전공 수업을 들으며 경영학에 대한 관점만 가지고 졸업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들이 '회계는 기업의 언어'라 강조하며 공인회계사 자격을 권유하셨고 매력에 빠져 4학년 때부터 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Q. 시험 준비 수험기간은 얼마나 되며 수험기간 동안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냈나?

A. 작년 3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으니 총 1년 6개월 정도 준비한 셈이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 동안 휴학하며 공부에 집중했다. 주 2, 3회 아침 운동을 하며 체력관리를 했다. 운동을 한 날에는 아침 9시 반부터 밤 11시까지, 하지 않은 날에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공부했다. 

보통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는데 통학 시간이 왕복 2시간 정도였다. 그 시간을 활용해 어려운 내용을 다시 챙겨 단순 암기사항을 정리해 놓고 외웠다. 주말에는 아침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10시 정도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정도로 여유를 가졌다. 

1차 시험이 가까워지며 시간을 아끼려 2주일 여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려 시도했으나 집중이 잘 안됐다. 그 이후에는 매일 학교 도서관에서 밤 11시까지 자리를 지키려 노력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혼자서 생활을 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사람들 많은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 3시쯤 식사를 했다. 저녁도 8시쯤 매점에서 과일 등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관리했다. 

처음에는 주별, 월별 계획도 세워봤는데 주제별 이해도나 복습 시간이 일정치 않아 계획이 다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작년 여름부터는 큰 단위의 계획은 세우지 않았고 하루하루 '오늘은 이 정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맞춰 공부했다. 

Q.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A. 외로움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외로웠다. 불안과 잡념이 커지기도 했다. 일단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이러한 생각을 억지로 억누르려 하다 보니 그런 마음들이 더 커져 힘들었다. '시험에 붙을 수 있을까', '붙어도 좋은 회계사가 될 수 있을까',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 끊이지 않아 힘들었다.

Q. 본인만의 체력관리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었나?

A. 1, 2차 시험 각 1달 전 정도를 제외하고 주 2, 3회 학교 체육관에서 요가 강습을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규칙적 운동이었다. 처음에는 무척 피곤했지만 익숙해지고 나서는 오히려 운동을 안 한 날이 더 개운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보다 유연해지니 자세도 더욱 바르게 바뀌고, 힘도 생긴 것 같다. 또 잠시나마 생각을 비울 수 있어 정신적으로도 더 건강해졌다.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편은 아니었는데 수험생활을 시작하니 내재된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단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기를 썼다.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는데 수험 기간에도 힘들 때마다 생각을 정리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남은 수험 기간에 임할지 다짐하고는 했다.

또 필기구를 모나미 볼펜으로 통일해 썼는데 일주일에 5~6개씩 쓴 볼펜을 모아뒀다. 그래서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그리고 실제 시험을 볼 때도 모아 놓은 볼펜을 떠올리며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또한 부모님과 두 동생들에게 정신적으로 위안을 많이 받았다. 

Q. 이번 시험은 난이도가 높았음에도 평균 78.4점이라는 매우 높은 접수를 기록했는데 수험 전략은?

A. 하루하루 우직하게 채우자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공부량이 방대해 중·고등학교 내신 공부를 하듯 배워야 할 내용을 완벽하게 익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면 결과가 좋을 것이라 믿으며 공부했다.

제가 공부한 방법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저만의 계획을 고수하며 실천한 것이 합격에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강의는 기본 강의를 열심히 들었고 이후 다른 강의는 필요한 범위로 줄이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고자 했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혼자 복습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구체적으로는 과목별 기본 강의를 모두 듣고 복습한 후에 일정 수준 이해했다고 판단되면 객관식 강의를 듣지는 않았다. 당시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원가회계와 세법만 객관식 강의를 수강했다. 

작년 여름과 가을엔 세무회계·재무회계·재무관리 1.5차 강의를 들었다. 2차 준비기간 때도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세무회계와 처음 공부하는 회계감사 유예 강의만 수강했다.

자습 시간에는 이해할 부분과 암기할 부분을 나눠 공부했다. 최대한 이해하는 부분을 늘리려 했다. 다른 색 펜을 이용해 어떤 규정이나 원칙에 대해 왜 이러한 규정, 원칙, 풀이법이 생겨났는지 제가 생각하는 이유를 적었다.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시는 원리들은 그 흐름에 맞춰 통째로 이해 및 암기했다. 정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물음표 표시해 놓고 학교에 오가는 길에 답을 찾으려 애썼다. 과목별로 비슷한 원칙이나 비교해야 할 원칙, 규정이 있을 때는 또 다른 색 펜을 이용해 모두 연결했다.

내용이 조금 익숙한 후에는 재무회계와 법인세법과 같이 과목 간 연결도 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려 했다. 그래서 이후 해당 부분을 복습할 때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들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이해가 도저히 안되는 부분과 일반 경영·세액 공제 요건 등과 같이 어쩔 수 없이 암기 해야 하는 부분들은 앞 글자를 따거나 억지로 단어 연상법을 만드는 등 암기법을 만들어 그 자체를 책에다 적었다. 그리고 복습할 때마다 그 암기법도 같이 외웠다. 

공부량이 늘면서 '누적 복습'도 가능해졌다. 구체적으로 복습 노트를 만들어 당일 배웠던 내용 중 내일 기억할 내용을 주제별로 적었다. 예를 들어 '법인세법 상 간주임대료 과세 요건'이라 적고, 그 다음날 빈 종이에 요건을 써 보고, 책을 통해 맞았는지 확인했다. 


기본강의를 들을 때는 그날 배운 내용을 잠시 머리에 담아두기에도 벅차 '누적 복습'은 엄두도 못냈다. 그저 기본서에 있는 각 주제별 연습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만 머릿속에 개념을 잠시 담아두고, 다음 날에는 새로운 주제를 하루 동안이라도 기억하는 데 만족했다. 그러나 1.5차, 객관식 강의와 2~3회독 볼 때 쯤부터는 점점 누적 범위가 넓어졌다.

Q. 시험 과목별 공부 비법이 있다면?

A. 과목별로 '복습 노트'의 틀린 내용을 모두 정리했다. 예를 들어 숫자를 잘못 읽었거나, 계산기를 잘못 눌러 계산이 틀렸을 때 왜 틀렸는지 정리했다. 개념을 잘못 이해했거나 아직 암기하지 못해 틀려도, 해당 내용을 적어놓고 누적 복습하며 이 내용들을 계속 봤다.

시험 전 마지막 주에는 과목 별로 지금까지 적어놓은 내용들을 모두 읽어보며 아직도 미숙한 것들이나 반복해서 틀려 꼭 주의해야 하는 내용들을 과목별 A4용지 1~2장 정도에 정리했다. 시험장까지 이 종이들을 들고 갔고, 마지막까지 보았다.
 
동차 기간에 주의했던 점은 균형 있는 공부였다. 첫 몇 주는 하고 싶은 공부만 하다보니 좋아하는 과목들만 진도가 빨리 나가고 부족한 과목들은 안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5과목을 모두 공부한 뒤에야 다시 5과목을 보겠다고 자신에게 약속했다. 과목별 4~5시간 공부하고 하루 반 정도 주기로 다섯 과목을 모두 한 번씩 봤다. 

특히 동차 기간에 처음으로 회계감사 과목을 접했을 때 이해도 안 되고 무작정 암기만 하는 것 같아 힘들었다. 유예 강의를 들었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스터디 가이드'에 있는 문제 상황이나 사례만 읽으면서라도 회계감사 공부 시간을 채웠다. 용어가 익숙해지고 나니 천천히 관련 이론도 외우고 문제도 풀 수 있게 됐다. 회계 감사 문제풀이를 할 때는 서술식이 아니라 키워드를 적고 문장은 머릿속에 기억했다. 

다만 6월 초 처음 작년도 회계감사 문제를 서술형으로 풀며 시간을 재봤는데 당시 배워서 모든 답을 알고 있음에도 답안을 작성하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시험 때는 정말 필요한 내용만 빨리 적어야겠다고 주의하며, 이후 시간에 대비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서 가장 걱정됐던 과목은 원가회계였다. 문제 배점이 크고 풀기 어려운 문제가 꼭 나오기 때문에 정확도가 굉장히 높아야 하는 과목이었다. 잦은 실수가 많은 편이어서 비교적 쉬운 초반부 문제를 풀기로 하고 이에 따라 연습했다. 그리고 답을 내지 못하더라도 풀이 과정이 있으면 점수를 후하게 주는 과목이어서 연습할 때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답안을 채워야 하겠다는 구상도 했다. 

Q. 수험 기간 중 본인을 가장 괴롭혔던 과목은 무엇인가. 극복 방법은 무엇이었나.

A. 세무회계다. 기본·1.5차·객관식·2차 강의를 모두 들은 유일한 과목이다. 처음 세법 기본 강의를 들을 때는 난생 처음 접해본 개념들이 나오고 이해·암기할 사항들이 너무 많아 복습을 포기했다. 

작년 여름쯤부터 세법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수험생활의 30% 이상은 세법에 투자했다. 양이 방대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는 집중해서 전체적인 틀, 문제풀이 방법을 익혔고 학교에 오가는 길에 세부사항을 외웠다. 

Q. 경영학과를 전공한 것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나? 최근에는 타 전공 학생들도 이 시험에 많이 응시 하는데.

A. 경영학 전공과 공인회계사 시험과의 연계성은 당연히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단 관련 내용을 전공 수업을 통해 들으며 많이 봤고 익숙하다.

그러나 공인회계사 시험 공부량이 너무나 방대해, 경영학 전공이나 타 전공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Q. 회계사 수험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시험 준비기간도 짧은 제가 조언을 드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누구와 얘기를 나눠도 각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우직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저 또한 그러한 수험생활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제 공부방법이 그 분들보다 나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의 경우 공부방법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저에게 맞는 방식대로 밀고 나갔다. 

수험생들이 조급해 하지 말고 자기에 맞는 공부방법을 끝까지 자신있게 밀고 갔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졸업 전까지 진정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결정할 여유를 더 갖고 싶다.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고 여러 선배들의 조언과 교수님들과 상담을 거쳐 진로를 결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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