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뉴스

"왜 우리만 먼저".. 글로벌 최저한세 논란, 왜?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 |
  • 작성일 2024-02-19

韓 세계 최초로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법제화 해외 자회사가 아낀 세금 국내 모회사가 납부 미국도 도입 안했는데, 왜 서둘렀나.. 기업들 볼멘소리 기업 세부담 늘지만 자체 혜택 주면 합의 위반 IRA 보조금이 실효세율 낮추지는지 살펴봐야

조세일보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사진제공 기재부)
 
올해부터 주요국 다국적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매기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가 시행되면서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세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사후적으로 세제 혜택을 줄 경우 국가 간 합의 위반이 되므로, 제도 영향권에 들어간 기업들의 세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이미 제도가 시행된 만큼 기업의 성실신고를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제단체 사이에서는 당장 개정을 통해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강경 입장과 영향 파악을 위해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 미국 보조금, 세부담 증가로 이어질까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는 다국적기업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할 경우 다른 국가에 추가적으로 과세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국가에서 아낀 세금을 자국에 토해 내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국가 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과 법인세 인하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에서 2023년 이후 시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말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세계 최초로 법제화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이 제도 도입의 유불리를 신중히 검토하는 데 반해 한국은 무턱대고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미국은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로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대신 자체적인 최저한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국가마다 자국의 국내 사정에 따라 입법시기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도의 구조상 무작정 도입을 늦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저율과세기업에 대한 자국의 과세권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다른 국가로 이전된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본사를 둔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그 나라에서 실효세율 15% 미만으로 과세됐을 때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도입한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도입하지 않았을 땐 그 기업의 다른 해외 자회사가 있는 국가에서 저율과세된 부분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하게 된다. 어차피 우리 기업이 내야 할 세금이라면 우리 정부가 걷어 세수를 더 확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재무제표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다.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현재 연결 기준 매출액 7억5000만유로를 넘는 국내 기업집단은 300여개다.

각종 특례 규정으로 인해 실제 적용대상 기업은 이에 못 미칠 수도 있지만, 제도 시행으로 상당수의 국내 다국적 기업은 세부담이 커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받는 IRA 보조금이 늘어남에 따라 실효세율이 낮아져, 모기업인 LG화학의 추가 세액이 수천억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OECD가 제시한 특정 요건에 해당하면 세액 감소가 아닌 소득 증가로 보게 된다"면서 "실효세율은 소득 대비 실제 세금으로 납부한 비율을 의미하므로 보조금 지급이 실효세율을 낮출 수 있지만 IRA 보조금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당장 개정해야" vs "다른 나라에 세수 뺏길수도"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과 관련해 경제단체 사이에선 시행령을 당장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가 간 득실을 따져 보는 등 영향력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쟁국에 비해 빨리 시행에 들어가면서 최저한세 문제에 가장 먼저 봉착했다"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해치지 않도록 국제조세법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개정으로 제도 시행을 늦출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오히려 다른 나라에 세수를 빼앗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득실을 따지기 위해 다른 나라에 있는 우리나라의 다국적기업과 우리나라에 있는 다른 나라의 다국적기업을 비교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선 조금 더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기업의 첫 세금 신고가 있을 때까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지만 과세대상 기업들은 오는 2026년 6월 말까지 세금을 신고·납부하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세금을 계산해 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진신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도 이행을 위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말 '신국제조세대응반'을 꾸렸다. 정부는 앞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신고도움 자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