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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변칙거래 정조준…"탈세, 끝까지 추적한다"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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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2-16
조세일보
◆…서울본부세관 심사2국 고경일 주무관. (사진 서울본부세관)
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 문제가 글로벌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세금 탈루에 대한 국내 관계 당국의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집중된 서울을 관리하는 서울본부세관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 가운데 일부가 국내 자회사와 계약서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거래 당사자를 추가하는 등 탈세를 위한 변칙적인 거래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본 서울본부세관은 다국적 기업을 집중적으로 감시했고 이 결과, 지능적 조세회피 행위를 한 기업으로부터 370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추징했다.

조세일보는 다국적 기업의 특수관계자간 거래 악용 등 지능적 조세회피 행위를 밝혀낸 공로로 '올해의 서울세관인'이자 '올해의 관세인(심사분야)'에 선정된 고경일 주무관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본인과 소속 부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세관 심사관실에 근무하는 관세조사팀 고경일 팀장입니다. 우리세관 심사관실은 수입업체 중에서 불성실 납세자를 찾아 탈루한 세액을 추징하는 관세조사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관세조사는 일정규모 이상의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기 관세조사와 수시로 실시하는 비정기 관세조사가 있습니다. 관세법상의 제도권 내로 편입된 수출입기업에 대해서는 자율적 성실신고를 지원하면서, 그 밖의 수출입기업에 대해서는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관세조사를 해 탈루한 세액이 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다국적 기업의 이전가격 조작, 낮은 할당관세를 부당 적용 행위를 한 기업이 일부 있다 들었습니다. 관련 사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다국적 기업은 상품 기획이나 연구개발을 본사가 주도하면서도, 그 생산은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소재하는 업체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해당 상품이 우리나라로 수입될 때에는 수입물품의 신고가격에 생산국가에서 부가된 가치 뿐만 아니라 상품의 기획이나 연구개발의 가치도 포함돼 있어야 합니다.

만약 해외 본사의 연구개발 등의 가치가 누락되는 경우 수입물품은 저가신고를 통해 수입돼, 이는 수입자에게 비정상적 원가절감 효과를 주게 되고, 이를 통해 수입자는 부당하게 국내 시장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비정상적 행위가 이어지면 결국 성실신고한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국내 시장이 교란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 가격결정 행위를 방치할 경우 국가간 세제를 이용한 다국적 기업의 비정상적 조세회피 행위로 악용될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 본사 A의 국내 자회사인 B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B 자회사는 동남아시아에 소재하는 C 수출자로부터 생활용품을 수입하면서 '수입물품의 대가'는 C 수출자에게 송금하고 해외 본사에게는 '경영지원서비스 대가'를 송금하면서 경영지원 서비스 대가는 수입물품과 관련이 없는 서비스의 대가라고 하면서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신고했습니다. 참고로 수입물품의 대가는 관세부과 대상이지만 수입물품과 무관한 경영지원서비스 등의 대가는 관세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수입자인 B 자회사는 해외 본사에게 송금하는 경영지원서비스 대가를 판매관리비가 아니라 매출원가로 회계처리 했습니다. 통상 상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는 물품의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매출원가로 회계처리하고, 서비스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판매관리비로 회계처리 합니다.

그러나 수입자인 B 자회사는 해외 본사에게 송금하는 금액을 경영지원 서비스 대가라고 수입신고해 관세 납부는 회피하면서, 회계상으로는 매출원가로 처리함으로써 내국세 부과의 여지도 없게 한 것입니다. 결국 수입자인 B 자회사는 관세 납부도 하지 않고 내국세도 납부하지 않으면서 수백억 원의 경영지원서비스 대가를 해외 본사로 송금한 것입니다.

관세조사 결과, 수출자로 신고한 동남아시아 C 수출자는 단순 위탁생산업체였고 C 수출자가 생산한 물품은 해외 본사가 수입자인 B 자회사에게 판매한 물품으로써 해외 본사에게 송금한 경영지원서비스 대가는 실제 해외 본사가 B 자회사에게 판매하면서 수취하는 판매 마진으로 판명됐습니다.

해외 본사의 기획이나 연구개발 등의 가치가 수입물품의 가치에 반영되지 않고 경영지원 서비스 대가로 우회 지급된 것입니다. 수입자인 B 자회사도 결국에는 과세대상으로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수정신고함으로써 종결됐습니다.
조세일보
Q. 다국적 기업은 관세조사에 협조적인가요?

관세조사를 하다 보면 주로 자료 제출 지연 또는 미제출로 조사대상 업체와 이견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견은 관세조사팀과 조사대상 업체 상호 간의 이해를 통해 쉽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과태료 부과 등 법률상의 제재 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은 대부분의 주요 결정을 해외 본사에서 하게 되고 거래와 관련된 주요 자료도 해외에 보관하거나 해외 본사에서 통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입자인 그의 자회사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고 보관하지 않는 자료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점에서 관세조사팀에서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다른 기업보다 지연 제출하거나 미제출 하는 사례가 더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정돼야 할 부분입니다.

Q. 일부 다국적 기업이 '자료 미제출, 자료 미보관' 행위를 해 엄정 대응 중이라 들었습니다. 이런 행위가 관세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관세조사는 그 기간이 한정돼 있어 수입자가 자료를 적시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수입자가 마땅히 보관해야 할 자료의 제출을 요청해도 해외 본사를 통해 자료를 받아야 하거나 본사 승인을 거쳐야 함을 이유로 자료를 미제출, 지연제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관계자의 과세가격 결정자료 및 증명자료 제출의무, 수입신고 내용을 증빙할 장부 및 증거서류에 대한 보관의무 등을 부여하고, 위반 시 과태료나 벌금 등 제재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해 대응수단을 강화했으며 앞으로도 자료 미제출, 미보관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입니다.

Q. 관세조사를 하면서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관세조사 업무는 단기간에 집중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적용할 법령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무역, 세법, 국제협약 등에 대한 많은 지식이 요구됩니다. 또한 업체가 제출한 자료 분석 등을 능숙하고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상당 기간 축적해야 합니다.

관세조사 업무 외에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관세조사 업무 수행자들에게는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올해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행위 전망과 어떤 대응책을 준비 중인지 궁금합니다.

관세조사를 겪은 다국적 기업 중에는 계약서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거래 당사자를 추가하는 등 거래관계를 변경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적발된 조세회피 행위를 시정하지 않고 변칙적인 우회수단으로 연장하고자 하는 불성실 수입자에 대해서는 정보분석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획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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