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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직원 동원해 구두 정리.. 미풍양속에서 적폐로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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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4-18
조세일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지난해 여름 무렵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인천지방국세청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비판글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국세청 직원이 작성한 듯 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는데, 한 관리자가 직전 지방청장의 가족장례식에 해당과 직원들을 하룻밤 동안 동원해 구두를 정리하게 하고 손님맞이를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관리자와 지방청장의 이름은 익명으로 표기됐지만, 국세청 직원이나 국세청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금방 유추할 수 있었다.

미풍양속 vs 꼰대문화

다른 조직에 비해 상명하복 문화가 만연한 국세청에서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잦아들긴 했지만, 관리자의 장례식에 직원이 동원되는 일이 블라인드 글에서 나타났듯 종종 일어나곤 한다. 당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 뿐 아니라 다른 공직사회에서도 장례식 때 직원들이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국세청은 최대한 자제시키는 분위기"라고 답한 바 있다. 명확한 규정을 통해 금지시키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미풍양속 차원에서 아래 직원의 도움을 좀 받는 것이 무슨 큰 잘못이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워라벨과 개인생활을 우선시하는 MZ세대에게 '1박 구두정리'는 꼰대 문화와 적폐의 산물 그 자체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문제를 떠나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공영홈쇼핑의 대표가 부친의 장례식에 출장비를 지급하면서까지 직원 40여 명을 동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직원들은 신발과 화환 정리는 물론, 조문객의 동선 안내, 운구 등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과 마찬가지로 회사 익명게시판에는 불만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결국 의원들의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대표이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경조사에 직원을 동원했다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를 위반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원 동원, 앞으론 보기 힘들 것"

최근 오호선 중부지방국세청장의 미담 아닌 미담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며 국세청 안팎에 소소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있었던 장모상에서 부고를 게시하지 않고 조의금과 근조화환도 사양하면서 그야말로 '조용한 장례식'을 치렀다는 것인데, 당연히(?) 직원 동원도 없었다는 전언이다.

조의금까지 거절한 것은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지만,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오 청장의 마음은 잘 전달됐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오 청장은 이후 상가에 방문했던 직원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내며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청장의 이런 일화가 퍼지면서 국세청 내부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국세청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 국세청 직원은 "안 그래도 요즘은 개인적인 일에 직원을 동원하면 바로 블라인드 게시판에 글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오 청장의 미담이 화제가 된 이유는 당연한 일을 그동안 당연하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이 관리자의 장례식에 동원되는 일은 앞으로 쉽게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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