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뉴스

보유세 강화정책…'이념 논쟁' 보다는 '조세형평'이 먼저다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 |
  • 작성일 2019-12-30
핫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잡기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빚내서 집사라"던 전(前) 정부의 부동산 성장 정책 여파인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유가 어찌됐건 정부는 집값 잡기를 위한 금융·세제 등 규제를 총망라한 대책을 18차례에 걸쳐 내놓고 있다. 

'불로(不勞)소득'을 노린 투기자본의 횡행을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다만 그 방법론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건드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고액부동산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한다, 는 종합부동산세법 1조의 정신은 오히려 종부세는 '세금폭탄' 프레임에 갇혀 희색되고 있는 모양새다.    

보수정권 10년, '종이호랑이' 전락했던 종부세제
아파트

◆…참여정부 시절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 정부 이후 과세기준, 세율이 하향조정되는 등 유명무실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종부세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작업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12·16대책 기준으로 종부세 최고세율(4%)은 참여정부 당시보다 1%포인트 상향됐다. 사진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촬영한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사진제공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가 도입(2005년)한 종부세는 도입 과정에서 극심했던 논란을 감안하면 시행 초기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높았고(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세율도 3단계 구간으로 1.0~3.0%를 적용하면서 대상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부동산 가액 평가 기준을 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꾸고 과세표준도 하향 조정(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하는 형태로 과세 강도가 강해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헌법불합치 결정(2008년) 등 여파로 과세 대상이 1세대1주택은 9억원 초과(공시가격 기준)로 다시 축소되고, 세율도 0.5~2.0%까지 큰 폭으로 하향조정됐다. 고액의 부동산을 소유해도 경제적 부담이 크게 체감되지 않는 수준까지 세부담이 낮아진 것이다.

사실 지향점(집값 잡기)이 잘못 설정됐을 뿐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개편 방향은 '응능부담'이라는 세법 원칙에 부합하는 측면이 크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데도 불구, 공시가격은 현실화되지 못했고 세율이 낮아 부동산 보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누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13대책을 통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노무현 정부 당시(3.0%)보다 더 높은 3.2%, 보유세 인상 한도는 1.5배에서 3배까지 올렸다.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부동산 과다 보유 유인을 끊어내기 위한 이러한 조치는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최근 12·16 대책을 통해 종부세 부담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유세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부동산의 개인 보유에 대해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사용료 개념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보유세 강화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조세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오히려 진작에 했어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다만 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는 별개의 정책목표에 보유세 강화를 최일선에 내세우면서 정책의 '본말'이 전도, 스스로 논란을 키우는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문제다.   

韓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0.16% '세금폭탄' 논란의 허상
보유세

지난해 9·13 대책에 따라 최근 국세청이 발송한 종부세 고지서 상 종부세 부과총액은 3조34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원 가량 늘었다. 12·16 대책(3주택자·서울 등 2주택자 종부세 '최고 4%' 메긴다, 조세일보 12월16일자 기사 참고) 후속 입법이 완료되면 내년 종부세 납부대상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액이 고지될 전망이다.  

실제 정부 추산으로 시가 26억7000만원 상당(공시가격 20억원)의 주택을 3채 보유(또는 조정지역 2주택)했다면, 현 1036만원에서 내년 1378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재산세(417만원)까지 더하면 보유세 부담은 더 커진다. 

동일 조건으로 시가 62억5000만원(공시가 50억원)일 경우, 내년 납부해야 할 종부세액은 올해(5248만원)보다 882만원이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의 원인은 낮은 세부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반 서민 유주택자까지 과세대상에 포함, 전반적으로 크게 높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될 필요성이 큰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일부 고액, 과다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반대론자들은 이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둔갑시켰다.  

경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제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만 채당 2억5000만원 올랐고 단독주택도 1억원 이상 올랐다. 낮은 보유세 부담을 전적인 이유로 볼 수는 없지만 소수 부유층에 의한 부동산 쏠림 현상도 분명했다. 

지난 10년(2007→2017년) 사이 다주택자 상위 1%의 주택보유량은 3.2채에서 6.7채로 늘었다.

이처럼 껑충 뛴 집값과 소유 구조 변화에도 불구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부담은 국제적으로도 낮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각종 공제를 제외한 실제 납부 세율)은 2015년 기준 0.16%에 불과하다. 가령, 실거래가 10억원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액이 연 150만원이라는 이야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5개국 평균(0.33%)에도 못 미친다.  

보유세 논란... 결국은 '색깔 논쟁'
종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의 대립 양상이 격화될 조짐이다. 여당은 부동산 투기억제, 조세형평성을 위해 종부세 부담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방침. 야당에선 특정 계층(1주택자, 노령 등)에 대해 세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12·16 대책과 관련한 입법 절차는 이미 돌입한 상태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3주택 이상 소유했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 과세표준 구간별로 0.8~4%(현 0.6~3.2%) 올리는 내용 등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년 6월1일(종부세 과세 기준일) 이전 입법을 완료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

하지만 여당과 색깔이 다른 야당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최근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서초갑)이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상한 비율을 150%에서 130%로 낮추고,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거 강남권 의원(2008년 당시 한나라당)들은 종부세를 깎아주는 내용의 개정안을 앞 다퉈 내놓은 바 있다. 1주택자는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아예 납세대상에서 제외시킨 내용도 있었다. 법안의 취지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조세정의를 실현한다"였다.

사실 10억원, 2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거나 이를 몇 채 더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보유한 부동산 가치에 적절한 수준의 세부담을 짊어진다면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보유세 문제에 정치적 계산이 들어갈 이유 또한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투기 성향이 적은 1주택자들에겐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예외 계층을 정해 터무니없이 적은 토지사용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은 더 큰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평한 세부담 실현'이라는 종부세법 정신과도 맞지 않다.

지난 20일 조세재정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선 '더 센 조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김유찬 조세연구원장은 주택 공급을 늘리면 오히려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대비 지난해 주택 수는 489만호 증가한 반면, 주택 소유자는 241만명 증가에 그쳤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공시가격(보유세), 실거래가(거래세)로 이원화된 부동산 과세표준을 일원화해 실제 가치가 평가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었고, 권성오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현재 조정대상지역에만 해당하는 '1세대1주택 비과세 거주 요건'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의 소유·처분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 때문에 발생한다"며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부동산 불로소득의 공적 차단과 환수가 필요하며 이를 실행시킬 최적의 정책수단은 보유세 강화"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