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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減稅)' 둘러싼 여야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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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11-04

올해 정부가 내놓은 '2019년 세법개정안'의 근간은 기업 감세다. 정부 세법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기업들은 향후 5년(2020~2024년) 동안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세금감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정부 추산치).

법인세율 인상 등 기업규제 일변도의 정책방향을 걸어온 문재인 정부가 재정타격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까지 기조를 바꾼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정부 세법개정안을 포함,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세법개정안(의원입법안)의 생사(生死)를 최종 결정하는 국회 심의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경제살리기'는 대단히 절박한 시대적 정치적 과제다. 감세를 통한 기업 지원이 경제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세부적 방법론, 즉 감세의 규모에 대해서는 여야의 시각이 다르다.

특히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여야의 줄다리기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술대' 오른 세법개정안
기재위

4일 기획재정부, 국회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1일(월)부터 조세소위원회 일정을 시작해 본격적인 세법개정안 심사에 착수한다. 앞서 지난 9월 정부는 소득세, 법인세법 등 17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의원입법안까지 포함하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심의될 세법개정안은 680여건에 달한다. 특히 기재위의 세법심의는 매년 '정쟁' 등에 휘말려 제대로 된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졸속심의'가 되풀이되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도 역시 불안감은 상존하기는 하지만 20대 국회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기국회라는 측면에서 법안심사 등에 총력을 기울이며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떼어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위는 총 9차례(▲11일 ▲13일 ▲15일 ▲18일 ▲20일 ▲22일 ▲25일 ▲27일 ▲29일) 조세소위를 열어 상정된 세법개정안을 심의하고 가부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정이 오차 없이 진행된다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12월2일-예산안법정처리시한)에 상정, 표결처리될 세법개정 내용의 윤곽이 모두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세법개정안 주요 특징은?
기재부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생산시설투자의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상속증여세 완화,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기업들을 지원하는 대책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어진동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정부의 세법개정 기조는 전반적으로 기업규제에 근접했다. 특히 출범 첫 해였던 지난 2017년 논란이 되어 왔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기업 법인세 부담을 올려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는 올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대외적인 경제환경이 악화된 점을 감안, 기업규제 정책방향을 일부 포기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세법개정은 그동안 지원을 축소해왔던 대·중견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한시적으로 줄여 투자 촉진을 유도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1년간 한시 상향(대기업 1%p, 중견기업 2%p, 중소기업 3%p 인상)하고, 특정 설비투자자산 가속상각특례를 연장(6개월)하는 내용이 대표적.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성장기술·시설투자 세제지원이 중소기업 위주로 이루어졌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견기업 및 대기업까지 혜택범위에 포함시킨 점에서 큰 변화다. 다만 '시한부 감세'라는 한계로 투자 주체인 기업의욕 촉진효과는 미흡할 것이라는 시각은 여전하다.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기업경영 현실에 맞게끔 고치는 조치도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다.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간 업종·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사후관리 기간요건을 7년으로 줄였다. 또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소분류'에서만 허용했던 업종 변경 범위는 '중분류'로 확대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 정도 수준으론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상속·증여세 과세시 적용)를 부분적이라고는 하나 개정한 부분도 눈에 띈다.

중소기업은 할증평가에서 제외하고, 일반기업에 지분율과 관계없이 20% 할증률(현재 최대 30%)만 적용한다. 그간 이 같은 할증세로 인해 기업 상속시 상속세 최고세율이 65%까지 치솟으면서 우리나라를 '상속세 지옥'이라는 평가가 나오게 했다.

하지만 상속세율 인하 등 보다 근본적인 개편은 도외시, '부(富)의 대물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증세 조치도 부분적으로 병행됐다. 다만 일부 계층만 타깃하다보니 형평성 논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엔 근로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소득공제액은 최대 20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치로 연봉이 3억6000만원 이상인 2만1000명의 근로자들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소득 개인에 대한 과세강화로는 세수입 증대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늘어나는 재정수요와 최근의 경기 여건 등을 감안해 중기적 관점에서 소득세 면세자 비율(2017년 기준 41%) 축소 등 향후 세입기반 확충을 위한 보다 과감한 비과세·감면 축소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안보다 '통 큰 감세', 의원발의안 보니…
기재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내달 11일 조세심사소위원회 일정을 시작, 본격적인 세법개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10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발의 세법개정안 600여개가 넘는다. 사진은 기재위 회의장 출입문.

10월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의원발의 세법개정안은 660여건에 달한다. 특히 현재 우리경제 여건을 고려해서인지 기업투자 관련 세제지원 내용이 담긴 개정안들이 다수다. 투자 촉진에 있어 법인세율 인하, 증권거래세 폐지 등 정부안보다 과감한 수준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2개 구간(현 4개)으로 단순화하고 세율을 2~5%포인트 내리는 안(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안)이라든지, 과표 구간을 3단계로 환원하고 세율을 1%포인트씩 각각 인(윤영석 의원안)하는 내용 등이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 상향에 대해서도 정부안 보다 높은 공제율을 요구하고 있다. 추경호 의원안은 안전시설·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로 각각 인상했다.

현재 48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에 대해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면제해주거나 납세 절차를 간소화하는 '간이과세제'를 두고서도 맞붙는다.

국회에는 간이과세 적용 기준금액을 최대 1억원, 부가가치세 납부의무 면제(3000만원 미만) 금액도 5000만원까지 올리는 등의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앞서 지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세금형평 강화하는 정책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서 신중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체크, 현금포함) 등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아예 폐지해 항구화하거나, 일부 항목(영화관람료, 음원·음반 사용료 등)에 대해서 공제율을 현 15%에서 30% 올리는 등의 포퓰리즘적 정책 목표만 앞세운 세제개편도 다수 있어 조세 체계가 누더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안은 적용기한만 2022년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여야, 그리고 정부의 입장 차이가 크다.

상속공제 대상기업 매출액을 5000억원에서 1조원까지는 늘리는 안과 되려 현행 3000억원 미만에서 2000억원으로 낮추고 공제한도도 500억원으로 100억원으로 대폭 줄이는 등의 안도 적지 않다. 정부안은 대상기업 금액, 공제한도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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