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사들, 중간예납 법인세 54% 감소…경기침체의 '민낯' | ||
---|---|---|
|
||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반영한 법인세(중간예납액)가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GS칼텍스 등 국내 업종별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의 법인세 규모(별도재무제표 기준)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실적 등을 토대로 납부한 법인세 중간예납액은 총 6조5948억원이었다. 전년 7조761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5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주요 대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급격한 경기침체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도 세수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내년 3월 납부할 법인세는 올해 실적분으로 계산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가 저성장 기조와 맞물리면서 향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경기침체가 지속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다수 업종이 불황 직격탄을 맞으면서 법인세가 크게 감소했지만 그 중에서도 반도체업계와 정유업계, 유통업계 등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법인세액은 작년 동기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만들어내며 법인세 중간예납액 6조1331억원을 사업보고서에 반영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1조3074억원의 법인세를 중간예납하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업계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법인세 2조7010억원에서 올해 4618억원으로 2조2392억원(83%) 줄었다. 국내 4대 정유회사 중 하나인 S-OIL은 지난해 1201억원의 법인세를 반기사업보고서에 계상했던 반면, 올해는 순손실을 기록, 53억원의 법인세 환급액(104% 감소)을 공시했다. 동종 업계의 현대오일뱅크도 법인세 1195억원에서 353억원으로 70% 이상 크게 감소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573억원의 법인세를 공시한 데 이어 올해 95억원(83%)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반영했으며 롯데쇼핑은 239억원에서 10억원으로 229억원(96%) 감소했다. 반면 최근 개선된 실적을 보인 현대차그룹은 세전이익이 늘면서 법인세 납부액도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2373억원의 법인세를 공시한 후 올해 3440억원의 중간예납 법인세를 사업보고서에 반영했는데, 이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93억원(85%)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도 세전이익이 2502억원에서 8761억원(250%)으로 늘면서 법인세비용이 522억원에서 3469억원으로 2947억원(565%) 상승했다. 통상 사업보고서 상 계상된 '법인세비용'은 법인세 납부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놓는 이연법인세자산·부채 등이 가감되면서 실제 납부한 금액과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실제 납부한 금액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513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이른바 '슈퍼예산'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 걸쳐 '초과세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세수 감소세가 두드러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수감소 기조에 맞춰 정부도 내년 거둘 법인세수(세입예산) 규모를 올해 대비 크게 하향조정한 상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0년도 국세세입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법인세입예산은 64조4000억원으로 올해 79조2000억원에 비해 18.7%(14조8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법인세를 부담하는 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에 규제완화와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 등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정부에서도 기업들이 처해 있는 가혹한 현실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불황기에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세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 재정확대 카드는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정부부채가 늘어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